“남편과 함께 바흐 곡을 연주할 수 있기를 늘 바랐어요. 그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고국 무대에서 꿈을 이루게 됐네요.”

"남편과 바흐曲 함께 연주할 수 있어 행복해요"
라디오 프랑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사진)이 오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더 클래식: 바흐’ 공연을 앞두고 7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공연에서 바흐 피아노 협주곡 제5번,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라단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등을 연주한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함께할 파트너는 그의 남편인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앙 줄만.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만나 결혼에 이른 그는 프랑스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페이 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에서 박지윤과 공동 악장으로 활동했다. 박지윤은 “한 무대에 두 명의 악장이 설 수 없어 번갈아가며 공연했다”며 함께 연주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4월 라디오 프랑스필의 악장으로 선발된 뒤 여는 첫 국내 무대여서 그에게 더욱 뜻깊다. 부인이 공동 악장에서 물러나서였을까. 남편 줄만도 한 달 뒤인 지난 5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에 뽑혀 경사가 겹쳤다. 내한 공연은 결국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악장 부부가 들려주는 멋진 이벤트가 됐다.

박지윤은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항상 파리 악단 생활을 염두에 뒀고 그중에서도 라디오 프랑스필 악장을 꿈꿔왔다”며 “이전 종신 악장이 실내악 활동을 위해 떠나면서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종 악장 오디션에서는 그를 포함해 세 명이 경합을 벌였다. 악장 경험이 없는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그는 이미 페이 드 라 루아르에서 7년간 종신 악장으로 활동한 베테랑이었다. 그는 “연주를 들은 예술감독 미코 프랑크가 ‘세 명의 연주자 모두 훌륭한 연주였다’고 말해 사실 아무도 안 뽑는 줄 알았다”며 “마지막에 ‘지윤 박’을 호명하며 같이 일하자고 해 깜짝 놀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 공연을 마치고 열흘 뒤인 이달 24일부터 그는 라디오 프랑스필의 공식 악장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공연 전 곡 파악은 물론 현악기 보잉(활 주법)을 정해 악보를 만들어 단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등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박지윤은 “파리에서 분위기가 가장 좋은 오케스트라라는 얘기를 들어 중압감보다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12월께면 그의 종신 악장 여부도 결정된다. 그는 “남은 기간 열심히 활동해 꼭 종신 악장으로 고국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