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자동차’ 쏘나타가 올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판매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동안 내수 1위를 도맡았던 쏘나타가 올해는 7위나 8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88년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쏘나타가 내수 5위 밖으로 떨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년 만에 연 판매량 7만 대 밑도나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쏘나타의 올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3만277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2037대)과 비교하면 22% 줄었다. 월 1000대 이상 판매되는 현대차의 볼륨모델(대량 판매 모델) 가운데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한 건 쏘나타가 유일하다.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판매량은 6만5000대 수준에 머물게 된다. 현대차는 하반기 쏘나타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 판매 대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쏘나타 판매량이 7만 대를 밑도는 것은 1998년(6만2528대) 후 20년 만이다. 1998년을 빼면 2세대 쏘나타가 본격적으로 판매된 1989년 이후 최악의 판매 실적이다.

판매 순위도 뚝 떨어졌다. 상반기 쏘나타의 내수 판매 순위는 7위에 그쳤다. 쏘나타는 2000년부터 11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에도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판매 7위라는 기록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그랜저, 아반떼 등 기존 라이벌 차량은 물론 카니발, 쏘렌토 등에도 밀렸다. 쏘나타가 카니발, 쏘렌토보다 덜 팔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8위 봉고(3만322대)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쏘나타는 1985년 처음 출시된 현대차의 대표 모델이다. 1991년 10만5833대가 팔리면서 한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단일 모델 10만 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1996년엔 국내 시장에서만 19만5735대를 파는 기록도 세웠다. 그해 국내에서는 164만4132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당시 팔린 자동차 8대 중 1대가 쏘나타였다는 의미다.

◆준대형 세단·SUV에 밀렸다

영원할 것 같던 ‘쏘나타 전성시대’를 가로막은 걸림돌은 같은 회사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다. 그랜저는 지난해 13만2080대 팔리면서 최다 판매 모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랜저가 10만 대 넘게 팔린 건 작년이 처음이다. 올 상반기에도 5만8468대가 판매돼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과거 그랜저는 소수의 부유층만 타는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2005년 4세대 모델이 출시되면서 30~50대 직장인도 구매를 노리는 차량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 6세대 모델이 나온 이후엔 “그랜저는 더 이상 ‘아빠 차’가 아니라 ‘오빠 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쏘나타의 입지를 좁혔다. 과거엔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수가 선택하는 차량이었지만, 최근엔 도심 주행만 하는 이들도 세단 대신 SUV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는 상반기에만 5만1753대 팔렸다. 싼타페가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싼타페의 경쟁 차량인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기세도 여전하다. 올 상반기 판매량만 봐도 3만5838대로 쏘나타보다 많다. 해마다 성장하고 있는 수입차도 쏘나타 수요 일부를 빼앗아가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는 걸 꺼리지 않게 됐고, 자동차 제조사 역시 준대형 세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쏘나타 완전 변경 모델(8세대)을 출시할 계획이다. 2014년 7세대 모델을 내놓은 지 5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쏘나타 디자인을 전 세대와 완전히 다르게 내놓는 등 판매량 회복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라며 “8세대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쏘나타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