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4)] '아세안 방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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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회의만 연 1100회가 넘는다. 놀라운 숫자다. 매년 두 차례의 정상회의를 비롯, 정치·안보·경제·환경·사회·문화·관광 등 제반 분야에서 각료급 및 실무자 회의가 연중 열리고 있다. 그때마다 참석자들은 기념촬영을 하는데 일렬로 서서 어김없이 양손을 엇갈려 잡고 아세안의 단합을 과시한다. 어떤 이견이 있고 격론을 벌였다 하더라도 결코 생략하지 않는다. 이것이 아세안의 독특한 운영 스타일인 ‘아세안 방식(ASEAN way)’이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EU의 장래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아세안 등 지역협력체의 유용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일반 국민이 느끼는 혜택에 비해 매년 140억달러가 넘는 EU 분담금이 과중한 데다 해외로부터의 이민자 및 난민 유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에서도 브렉시트의 교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아세안은 정치 지도자 중심의 톱다운 방식이어서는 안 되며 사람을 위한, 사람 중심의(people-oriented, people-centred) 아세안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원국 역할과 책임은 평등하게
재미있는 것은 EU에 비해 느슨한 형태의 지역협력체인 아세안 운영체제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새롭게 부각됐다는 점이다. ‘아세안 방식’이란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컨센서스에 의한 의사결정, 평등(equality) 원칙,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으로 대표된다. 우리의 신(新)남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세안 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U가 회원국이 주권을 일부 이양하는 초국가 기구인 데 비해 아세안은 회원국의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 주요 원칙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모든 회원국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이견이 있더라도 이를 존중하고 일방적인 영향력 행사를 자제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 따라서 절차가 느리고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회원국이 동의하지 않은 결정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브렉시트와 같이 탈퇴할 명분이 없다.
의사결정은 모든 회원국 합의해야
영국은 과도한 분담금이 문제가 됐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국력과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균등하게 연 200만달러 정도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여유가 있는 국가뿐 아니라 사정이 어려운 국가도 차등으로 내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분담금을 더 낸 만큼 발언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아세안 관련 회의 개최, 아세안 의장국 및 아세안 사무총장직도 회원국의 알파벳 순으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모든 역할과 책임을 평등하게 나눠 담당한다는 것이다.
아세안의 대외관계는 아세안 중심성이 중요한 원칙이다. 아세안이 자칫 강대국 정치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고, 지역적 협력과 국제적 이슈 대응에 아세안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아세안은 한국을 포함해 10개국과 대화상대국(Dialogue Partner) 관계를 수립하고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 등 지역 협력을 주도해왔다. 다만 최근 미·중 간 갈등 속에서 남중국해 분쟁 등 아세안의 통일된 입장을 내기 어려운 이슈들에 대해 어떻게 아세안의 중심성을 발휘할지가 과제다.
북한 하기에 달린 ARF
다음주 싱가포르에서는 아세안과 아세안 대화상대국 외교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이어 27개국이 참여하는 ARF가 열리며 북한도 회원국인 만큼 이영호 외무상의 참석이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지역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ARF에도 ‘아세안 방식’이 적용된다.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에서 북한은 계속된 도발행위로 인해 국제적 고립을 통감해야 했다. 북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외교장관들과의 개별 면담이 거부된 채 의장국인 필리핀 외교장관만이 아세안을 대표해서 이영호 외무상을 만나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이번 ARF가 북한의 활발한 외교무대가 될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 북한이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밝은 미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의 착실한 한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EU의 장래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아세안 등 지역협력체의 유용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일반 국민이 느끼는 혜택에 비해 매년 140억달러가 넘는 EU 분담금이 과중한 데다 해외로부터의 이민자 및 난민 유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에서도 브렉시트의 교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아세안은 정치 지도자 중심의 톱다운 방식이어서는 안 되며 사람을 위한, 사람 중심의(people-oriented, people-centred) 아세안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원국 역할과 책임은 평등하게
재미있는 것은 EU에 비해 느슨한 형태의 지역협력체인 아세안 운영체제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새롭게 부각됐다는 점이다. ‘아세안 방식’이란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컨센서스에 의한 의사결정, 평등(equality) 원칙,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으로 대표된다. 우리의 신(新)남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세안 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U가 회원국이 주권을 일부 이양하는 초국가 기구인 데 비해 아세안은 회원국의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 주요 원칙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모든 회원국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이견이 있더라도 이를 존중하고 일방적인 영향력 행사를 자제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 따라서 절차가 느리고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회원국이 동의하지 않은 결정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브렉시트와 같이 탈퇴할 명분이 없다.
의사결정은 모든 회원국 합의해야
영국은 과도한 분담금이 문제가 됐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국력과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균등하게 연 200만달러 정도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여유가 있는 국가뿐 아니라 사정이 어려운 국가도 차등으로 내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분담금을 더 낸 만큼 발언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아세안 관련 회의 개최, 아세안 의장국 및 아세안 사무총장직도 회원국의 알파벳 순으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모든 역할과 책임을 평등하게 나눠 담당한다는 것이다.
아세안의 대외관계는 아세안 중심성이 중요한 원칙이다. 아세안이 자칫 강대국 정치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고, 지역적 협력과 국제적 이슈 대응에 아세안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아세안은 한국을 포함해 10개국과 대화상대국(Dialogue Partner) 관계를 수립하고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 등 지역 협력을 주도해왔다. 다만 최근 미·중 간 갈등 속에서 남중국해 분쟁 등 아세안의 통일된 입장을 내기 어려운 이슈들에 대해 어떻게 아세안의 중심성을 발휘할지가 과제다.
북한 하기에 달린 ARF
다음주 싱가포르에서는 아세안과 아세안 대화상대국 외교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이어 27개국이 참여하는 ARF가 열리며 북한도 회원국인 만큼 이영호 외무상의 참석이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지역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ARF에도 ‘아세안 방식’이 적용된다.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에서 북한은 계속된 도발행위로 인해 국제적 고립을 통감해야 했다. 북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외교장관들과의 개별 면담이 거부된 채 의장국인 필리핀 외교장관만이 아세안을 대표해서 이영호 외무상을 만나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이번 ARF가 북한의 활발한 외교무대가 될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 북한이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밝은 미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의 착실한 한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