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되면 식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 식중독은 상한 음식을 먹은 뒤 72시간 안에 생긴다. 복통, 설사, 구토 등 급성 위장관 증상을 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흔한 설사 원인 중 하나가 캠필로박터균 식중독이다. 특히 여름날 생닭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도마, 칼 등 주방기구 등이 캠필로박터균에 오염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캠필로박터균 식중독 원인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닭요리 섭취 늘어나는 7~8월에 집중 발생

캠필로박터균 식중독은 그동안 국내에서 환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231명, 2014년 490명, 2015년 805명, 2016년 831명으로 점차 환자가 늘고 있다. 이 식중독은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날 것이나 덜 익힌 고기 때문에 주로 생긴다. 닭고기 등 가금류 때문에 감염되는 환자가 가장 많다. 외국에서는 살균하지 않은 유제품을 마신 뒤 감염되는 환자가 많다. 국내에서는 육류와 도시락 때문에 주로 생긴다. 특히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 등 닭요리를 많이 섭취하면서 7~8월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캠필로박터균은 야생동물과 가축의 장 속에 많이 있다. 사람 체온보다 높은 42도에서 잘 증식한다. 체온이 높은 가금류, 특히 닭의 장 속에서 많이 증식한다. 여름철 높은 기온도 캠필로박터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캠필로박터균 식중독은 이 균에 오염된 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거나 생식으로 섭취할 때 주로 감염된다. 닭고기를 날것으로 섭취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자신도 모르게 속까지 덜 익은 고기를 먹거나 오염된 손, 주방기구 등에 의해 감염될 우려가 있다. 이 균은 열에 약해 가열하거나 조리하는 과정에 쉽게 죽는다. 그러나 생닭을 씻을 때 물이 튀어 주변 식재료가 오염되거나 생닭과 날로 먹는 채소를 함께 취급할 때 균이 옮겨 갈 위험이 있다. 조리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교차오염 막으려면 위생수칙 지켜야

캠필로박터균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세균이다.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산소가 적은 조건에서도 균이 자라고 냉동 및 냉장 상태에서도 장시간 생존할 수 있다. 균 감염으로 인한 식중독을 막으려면 물은 끓여 마시고 닭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생닭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생닭을 씻을 때는 주변에 조리기구와 식재료를 치워야 한다. 조리도구는 채소용, 육류용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충분히 소독해야 한다. 생고기도 용기나 비닐을 분리해 보관하고 생고기를 조리할 때 사용했던 조리기구는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생고기를 조리한 뒤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 교차오염을 막아야 한다.

캠필로박터균 식중독이 생기면 복통, 발열,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두통, 근육통, 구역질,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환자가 설사 증상을 호소한다. 환자 3분의 2 이상이 복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혈변을 보는 환자도 절반 정도다. 잠복기는 대개 1~3일이다. 10일 뒤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2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그러나 설사, 고열, 복통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면역력이 약한 유아, 노인 등은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설사, 구토로 인해 탈수 현상이 심해질 수 있어 물을 많이 먹거나 주사제 등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급성기에는 우유나 유제품은 피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채소 등 고섬유질 음식, 지방, 신음식을 비롯해 커피, 코코아, 콜라 등도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시는 것도 삼가야 한다. 박영숙 을지대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닭고기 섭취가 증가하는 여름철에는 생닭을 조리할 때 교차오염에 유의하고 생활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