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래동 정수목형 앞에서 김의찬 사장이 조선시대 화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문래동 정수목형 앞에서 김의찬 사장이 조선시대 화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속가공업체들이 모여 있는 서울 문래동 한 골목에 조선시대 화포가 등장했다. 정수목형이 제작한 이 화포는 길이 2.5m의 무쇠 제품으로 무게가 1t에 이른다.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 화포를 제작한 사람은 김의찬 정수목형 사장(55)이다. 그는 문화재 복원 전문가 고증을 받으며 제작했다. 목형을 만들고 주조한 뒤 완제품이 나오면 옛날 방식대로 들기름을 바르면서 불에 구웠다. 김 사장은 “들기름 도장은 녹 방지에 아주 좋다”며 “이를 다섯 문 제작해 지난해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박물관에 납품한 뒤 기념으로 한 문을 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 앞서 김 사장은 전북 군산에 ‘최무선 화포’를 설치했는데 이를 본 다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의뢰해 잇따라 화포를 제작하게 됐다. 그가 제작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상징물인 ‘빨간 구두’도 그의 작품이다. 뚝섬역 부근에 있는 ‘대형 하이힐’로 높이가 2.5m에 이른다. 이 지역이 수제구두 디자인·생산·유통의 거점임을 나타내는 조형물이다.

충남 청양 출신인 김 사장은 경력 40년의 목형 장인이다. 경기 평택기계공고에서 목형·주물을 전공하고 1982년부터 문래동에 정착해 공장장 등으로 일하다 2013년 창업했다. 목형은 나무로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요즘에는 3차원(3D)프린터를 활용해 무공해 수지 등을 재료로 목형 사출 등 시제품도 제작한다. 그는 ‘뭐든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소문나 있다.

김 사장은 “매일 다른 시제품이나 상징물을 만들다 보니 연간 300종 이상의 다른 작품(제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주문이 밀려든다. 강아지 등 각종 조형물은 물론 소코뚜레도 들어 있다. 손재주 덕에 그는 경기 침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어린 시절 썰매, 팽이 등을 만들면서 자랐는데 재능을 알아보신 아버지 권유로 목형·주물을 전공하게 됐고, 그 이후로 40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젊은 감각과 솜씨를 갖춘 아들이 합류해 이 일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