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통상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이 감소하면 대부분 신흥국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겹쳐 신흥국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 급락… 브라질·터키 금융시장도 '흔들'
‘신흥시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설립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신흥시장 주가는 올 연말까지 추가로 10% 하락할 것”이라며 “통상전쟁은 다음 금융위기의 전주곡”이라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12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672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전날보다 0.74%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절하 폭으로는 지난해 1월 이후 최대다.

중국 당국이 미국의 연이은 관세 폭탄에 맞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면 관세 충격을 완화할 수 있고 향후 위안화 절상을 협상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자산운용 외환 매니저는 “중국이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을 위안화 절하로 상쇄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1일(현지시간) 달러당 3.881헤알로 전날보다 2.2% 하락했다. 헤알화 가치는 이달 들어 소폭 상승했으나 미국이 지난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방침을 발표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브라질 상파울루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전날보다 0.62% 내린 74,398포인트로 마감해 이틀 연속 하락했다. 국영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 등 자원 관련주의 하락 폭이 컸다. 확전일로의 통상전쟁으로 교역이 줄면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4.891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상전쟁 우려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를 재무장관에 임명하고, 물가가 급등하는데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언급해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가 11일 배럴당 70.38달러로 전날보다 5.0%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하는 등 원자재 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