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땀으로 빠져나갈까 걱정돼 한약을 먹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하겠다. 한의학은 오히려 여름에 ‘서병(暑病)’, 즉 ‘더위 먹는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왔다.
《동의보감》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처방인 ‘사물탕’이나 ‘보중익기탕’ 등의 처방을 이용할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에 맞춰 처방을 가감해서 투여하는 설명이 나온다. 다시 말해 여름에는 여름에 맞춰 처방한다는 뜻이다.
무더위는 사람의 기운을 상하게 하고 진액을 말라들게 하기 때문에 여름은 몸이 많이 허해지는 시기다. 만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곤하면서 정신이 몽롱하고 동작이 느려지며 소변과 대변이 잦다면 이미 서병에 걸린 것이다. 몸에 열이 생기면서 갈증이 심하고 설사가 생기기도 하는 증상과 더불어 밥맛이 없어지면서 기가 빠지고 저절로 땀이 나는 증세가 있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저절로 땀이 난다면, 한약을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적극적으로 서병을 치료하는 한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런 경우 여름 보양식을 찾게 되는데, 체질과 증상에 따라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고, 반대로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으니 주치의와 상담부터 하고 먹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