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는 의외로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자신을 20대 초반의 여성이라고 소개한 A씨는 온라인에 비둘기를 극도로 혐오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길을 걷다가 비둘기가 반경 30미터 이내에서 목격되면 그 자체로 공포감을 느끼고 10미터 이내로 들어오면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미칠 것 같다고 호소했다.
A씨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비둘기 사진만 봐도 고통스럽고 이따금씩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닐 때는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괴롭다는 것이었다. 또한 비둘기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커 악몽까지 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A씨가 가장 힘들 때는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바로 옆에 비둘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때라고 한다. 그때에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 몸이 굳어버려 움질일 수가 없게 된다는 A씨의 증상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또한 A씨는 길거리에서 비둘기 3~4마리가 모여있으면 지나가지 못하고 먼 길로 돌아가거나 비둘기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비둘기가 다가오면 도망갔다가 다시 줄을 서야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숨지었다.
'비둘기'라는 글자만 봐도 고통스럽다는 A씨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지 궁금해하며 네티즌들에게 현명한 대처방법을 물어봤다.
A씨의 이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렸다. 먼저 A씨의 사연에 공감한다는 네티즌들은 "저도 비둘기 진짜 싫어요. 비둘기 밥 주는 사람도 싫을 정도", "저랑 똑같네요. 저도 비둘기 공포증 있어요. 전봇대 뒤에서 갑자기 비둘기가 튀어나오면 심장마비 걸릴 것 같거든요. 비둘기 피해다니려고 차를 샀을 정도예요", "저도 비둘기가 푸드덕대는 소리만 들어도 식은땀이 나요", "저는 비둘기 때문에 교통사고 난 적도 있어요. 비둘기들 피해서 가려다가 다가오는 차를 못 본거죠.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죽어도 이해 못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비둘기가 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무서워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뭔가 빛나는 듯 반짝반짝하는 비둘기 깃털 색깔 얼마나 예쁜데", "비둘기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더 무섭죠. 자기보다 몇 십배 더 큰 사람이 자기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해봐요. 인간중심의 사고를 버리세요"라며 A씨의 사연에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도 있었다.
비둘기는 지난 2009년 환경부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됐다. 비둘기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개체수가 늘면서 비둘기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유해 야생동물도 지정된 만큼 서로 이해하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