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박지원 부회장(세 번째)이 작년 12월 경기 수원의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조립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그룹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박지원 부회장(세 번째)이 작년 12월 경기 수원의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조립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 계열사 회사채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두산건설 회사채는 올 1분기 개인 순매수 상위 채권 2위(누적 순매수액 123억5000만원)에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72억1000만원·3위)와 (주)두산(25억3000만원·7위), 두산중공업(25억2000만원·8위) 회사채도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에 성공하면서 실적과 신용도가 개선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구조조정 성공… 신사업 성과

두산그룹 '9회말 투아웃'에 반격 시작… 박정원 "新사업 역전 보라"
1일 재계에 따르면 최악의 부진을 털어낸 두산그룹이 돋보이는 실적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지주회사인 (주)두산은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1조1799억원)을 넘겼다. 올 1분기 영업이익(3508억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 늘어나는 등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취임(2016년 3월28일) 3년 차를 맞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회장이 두산의 수장(首長)에 오른 2016년은 창립 120주년을 맞은 두산 역사상 최대 위기의 해로 꼽힌다. 직전 해인 2015년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력 계열사의 순손실이 1조7000억원에 달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 곧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두산DST(3558억원)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1조1308억원),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3000억원) 등 알짜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했다.

박 회장은 대신 연료전지와 면세점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공을 들였다. 박 회장 주도로 시작한 (주)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부문은 올 상반기에만 7800억원을 수주했다. 연말까지 1조5000억원의 수주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키우겠다”던 박 회장의 취임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면세점 사업도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다. 올해는 ‘턴어라운드(흑자 전환)’가 기대된다.

◆건설기계 호황… 차입금은 부담

두산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두산인프라코어와 미국 자회사 두산밥캣도 글로벌 건설 경기 호조 속에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굴착기 등 건설 장비를 생산하는 두 회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416억원, 94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19.8% 증가했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지난해 8.3%에서 올 1분기 9%로 높아졌다. 지난 2월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10.5%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해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최대인 17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중국 굴착기 판매 목표를 연초보다 20% 이상 늘어난 1만5000대로 늘려 잡았다.

그룹 차입금(작년 말 기준)이 12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278.4%로 높다는 점은 여전히 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매각 실패 책임을 놓고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두산 측에 7050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낸 것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 중 하나다. 두산그룹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에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각자 대표체제’를 도입했다. CFO를 경영 전면에 내세워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박 회장의 ‘승부수’라는 설명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