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판문점 평화의 집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다. 메시지의 의미 못지 않게 20~30도 기울여 쓴 김정은의 독특한 필체가 눈길을 끌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올려 쓴 김정은의 필체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태양서체’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서체’를 연상시킨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태양서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서체,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의 ‘해발서체’ 등을‘백두산 3대 장군의 명필체’라고 선전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독특한 글씨체에는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분석한다.
문장이 수평이 아닌 우상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에 대해 구 변호사는 “매우 드문 필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화가 앤디 워홀 등의 필체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도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성향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같은 필채로 몇달전엔 핵 실험·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다. 작년 11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명령을 하달했다. 당시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 준비를 끝낸 정형보고’라는 제목의 군수공업부 문건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11월 29일 새벽에 단행!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라고 적었다. 지난해 9월에는 같은 필체로 제 6차 핵실험 단행을 지시했다.
연도 표기도 ‘주체연호’를 쓰지 않고 ‘2018. 4. 27’이라고 적었다. 주체연호는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정해 산정하는 북한식 연도 표기법이다. 북한은 1997년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해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연호를 제정했다. 각종 문건과 출판물 등에는 주체연호를 쓰고 괄호 안에 서기 연도를 함께 적는다.
숫자 ‘7’을 쓴 방식에도 눈길이 간다. 비서구권에서는 7은 1과 구별하기 위해 가운데에 한 획을 더 긋는데, 김정은도 이런 필체를 썼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사진)에 김 위원장의 방명록을 게시하면서 “서구권 유학파가 쓰는 7”이라고 썼다. 김정은은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수년 간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문점=공동취재단/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