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20대·자존감이 낮은 집단일수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피로감을 크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SNS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집단이 이제 본격적인 SNS 탈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0대·여성·자존감↓ “SNS 싫어요”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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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고려대 심리학과 연구원이 13일 한국HCI학회지에 제출한 ‘SNS를 떠나는 사람들: 사용자의 특성과 SNS 피로감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논문은 SNS 사용자 177명(남성 88명·여성 89명·평균 나이 34.15세)을 대상으로 1~7점 척도로 SNS 중단 의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4.09점)은 남성(3.72점)보다 SNS 중단 의향이 높았다. 이 연구원은 논문에서 “오락 목적으로 SNS를 이용하는 남성 사용자와 달리 여성 사용자는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보다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사진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성이 SNS를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담감도 더 크다는 얘기다.

연령대별로는 20대(4.23점)에서 중단 의향이 가장 높았다. 40대와 30대는 각각 3.64점과 3.85점으로 조사됐다. 20대 역시 다른 연령대에 비해 SNS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 피로감도 상대적으로 컸다는 평가다. 성격적 특성에 따른 분석 결과 자존감이 낮은 집단(4.12점)이 높은 집단(3.69점)보다 중단 의향이 높았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더욱 민감하므로 피로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설명이다.

◆국내서도 해외서도 ‘탈출 행렬’ 본격화

'SNS 홍수'… 여성·20대일수록 탈출의지 높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SNS를 탈출하려는 행렬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컨설팅 회사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가 최근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17%는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 앱(응용프로그램)을 지웠다고 답했고, 35%는 과거보다 페이스북을 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중독을 방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트 핸콕 디지털·미디어·문화·스포츠부 장관은 지난 10일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령에 따라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청소년이 자주 사용하는 SNS가 주요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SNS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자기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나오는 정보나 인간관계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다”며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피로감도 누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SNS는 다양한 간접 경험이 가능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정체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현명하게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