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4월16일부터 앵커 전면교체
양승동 KBS 신임사장과 KBS 뉴스 새 앵커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승동 KBS 신임사장과 KBS 뉴스 새 앵커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S 뉴스가 세대교체 선언을 했다. '사실을 넘어 진실을 찾는 뉴스를 만들겠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표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을 새로 뽑았다.

오는 16일부터 평일 'KBS 뉴스9'에는 김철민 기자(50)와 김솔희 아나운서(33)가 앵커를 맡고, 주말에는 한승연 기자(36), 김지원 아나운서(30)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오후 11시 20분 방송되는 '뉴스라인'에는 김태욱 기자(45), 이각경 아나운서(32)가, 오전 6시 '뉴스광장'엔 박주경 기자(41), 이랑 기자(42) 투톱이 맡게 됐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KBS 새 앵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 시작 전 양승동 신임 사장이 방문해 앵커들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잘 부탁드린다"라고 인사를 하고 갔다.

김태선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이날 "KBS 뉴스는 지난 시간 많이 후퇴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싸움을 시작했는데 얼마 전까지 그 싸움을 계속했고, 지금은 그 성과가 생기고 있는 시간이다. 앵커 교체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여덟 분이 KBS뉴스를 진행할 새로운 얼굴들"이라고 말했다.
'뉴스9' 김철민 기자, 김솔희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뉴스9' 김철민 기자, 김솔희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KBS 뉴스 앵커 선발과정은 공모를 통해 지원을 받고 공개 오디션을 거쳤다. 실무자 평가를 1차로 하고, 아나운서실 간부와 보도국 국장단이 참석한 평가를 공개적으로 치렀다.

김 국장은 "여기 계신 앵커들은 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그동안 언론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안정감과 참신함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KBS는 앵커를 전면에 내세워서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다. 뉴스 기획, 취재, 전달과정에 앵커들이 관여해서 앵커 중심의 뉴스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후배 기자들과 정치, 자본권력으로 독립해 국민만 바라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9' 새 앵커가 된 김철민 기자는 "세월호 참사 대형 오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보도 참사 수준으로 굴러떨어진 KBS는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이번에도 시청자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역사의 큰 죄를 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승연 기자는 "며칠 뒤면 세월호 참사 4주기다.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사장이나 회사가 아닌 현장에 있었던 여러분'이라고 했다. 그 말이 정확한 지적이라 가슴이 많이 아팠다. 잘못한 것이 많은데 새로운 뉴스를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빚을 갚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뉴스광장' 박주경, 이랑 기자 /사진=변성현 기자
'뉴스광장' 박주경, 이랑 기자 /사진=변성현 기자
박주경 기자는 "4년 전 제작 거부와 파업을 하면서 유가족들에게 석고대죄해놓고도 바뀐게 없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변명하지 않겠다. 특집성 멘트보다 지금에 와서라도 세월호 사건을 규명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드리는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공교롭게 개편 날과 세월호 4주기가 같다. '세월호팔이'를 해서 방송 홍보하지 말라라는 말을 가슴 깊이 공감한다. 겉으로 보이지는 모습을 지양하고 내실 있는 뉴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9년간의 KBS를 반성하고 뉴스가 권력을 감시하고 이면의 진실을 폭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박주경 기자는 "KBS 뉴스의 기둥은 앵커들이 아니라 일선의 기자들"이라며 "기자들이 이번 만큼은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각오와 의지, 결기가 굉장히 강하다"라고 말했다.

김태욱 기자는 "백화점식 뉴스를 소개하는 캐스터의 역할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해설자로, 시청자들이 정말 궁금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대리자로서 나서겠다"라며 앵커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승연 기자는 "젊은 세대가 KBS를 안 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트렌드보다는 '77만원'으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아픔과 애환을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9' 한승연 기자, 김지원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뉴스9' 한승연 기자, 김지원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박철민 기자는 "뉴스에서 앵커가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 뉴스 경쟁력을 회복하는 시기는 지났다. JTBC 종편, 팟캐스트와 같은 매체에 좋은 진행자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사실을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이 아니라 파묻혀있는 맥락을 보고 싶어 한다. KBS는 그동안 소홀했다. 맥락을 찾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안 한 거 같다. 높은 분들이 불편하기에 일부러 안 한 같다.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직까지 KBS에는 공영방송 DNA가 남아있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약한 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DNA가 남아있다"라고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중년의 남성 앵커와 입사 2~3년 차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짝지어 방송했던 과거와는 달리 KBS 새 여자 앵커들의 나이는 많아졌고, 연차도 높다.

김솔희 아나운서는 "입사 10년 차인 제가 메인 뉴스 앵커로 나서게 됐다.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10년째 생방송을 하고 있지만 KBS 2TV엔 별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KBS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스라인' 김태욱 기자, 이각경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뉴스라인' 김태욱 기자, 이각경 아나운서 /사진=변성현 기자
40대 여성으로 이례적으로 '뉴스광장' 앵커에 발탁된 이랑 기자는 "저 또한 연차가 상당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기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 중 하나로 저를 발탁해 주셨을 수도 있다. 제 생각에는 기자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다. 아침 뉴스는 하루를 예측해보는 시간이다. 17년 차 기자가 가진 눈으로 뉴스의 맥을 짚어보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주신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김지원 아나운서는 "올해 입사 7년 차인데 새내기 때부터 앵커를 꿈꿨다. '부끄러운 뉴스를 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앵커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마음으로 양심에 따라 전하고 취재하고, 부당한 요구에는 대항하고, 변화해나가는 모습 보여드리고, 자랑스럽게 KBS 뉴스를 전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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