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숙박예약社 공습에… '토종' 호텔조인 폐업
국내 중견 숙박예약업체 ‘호텔조인’이 지난 26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토종업체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라이스라인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은 수수료나 환불 규정 등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 진출한 외국 업체들은 그렇지 않다”며 “토종업체들이 역차별 규제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숙박예약社 공습에… '토종' 호텔조인 폐업
◆밀려나는 토종예약업체

호텔조인은 이날 홈페이지에 영업사정 악화로 폐업했다고 공지했다. 2003년 황은호 대표가 설립한 이 업체는 토종 숙박예약사이트 1세대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시장점유율 4~5위다. 한 호텔 관계자는 “3년 전부터 호텔조인은 대금 결제를 미루는 등 재정이 나빠지고 있었다”며 “호텔에 지급해야 할 대금과 관리비 등을 갚기 어려워 사업을 접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해외 숙박예약社 공습에… '토종' 호텔조인 폐업
호텔조인의 폐업으로 영세 숙박업체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 호텔 관계자는 “대형호텔들은 보험을 들어놨고 수수료율이 높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지만 영세 호텔과 펜션, 소비자들은 미수금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8일 한국여행협회 게시판에는 호텔조인에서 숙소를 예약했다가 카드결제만 되고 예약은 취소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 120여 건이 올라왔다.

호텔조인의 폐업은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 숙박예약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밀려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국내 숙박예약시장에서 외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53.7%에 이른다. 해외 업체들이 본격 진출한 지 5년 만이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업체들은 아고다·부킹닷컴 등을 운영하는 프라이스라인, 익스피디아,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한 경쟁 불가능

여행업계는 토종업체들이 외국 업체와 제대로 경쟁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외국 업체들이 객실 판매수수료를 더 많이 받고, 국내 관광 규제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숙박예약업체들은 호텔 대신 객실을 판매하고 중간 수수료를 받거나, 객실을 일반 판매가보다 수수료율만큼 저렴하게 대량 예약한 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마진을 남긴다.

국내 업체에 비해 객실을 대량으로 예약하는 외국 업체는 호텔에 수수료율을 더 높게 요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문화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 업체 수수료율은 15~23%로 국내 업체보다 5~8%가량 높았다.

외국 업체들은 가격표시제, 환불 규정 등 국내 관련 규정을 지키지도 않는다. 국내 업체는 가격표시제에 따라 객실판매가격에 세금과 수수료를 모두 합한 총액을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업체는 객실 판매가격만 보여준 뒤 세금과 수수료는 결제 직전에 알려준다. 같은 객실을 검색해도 해외 업체 판매가 더 저렴하게 뜨는 이유다.

또 30일 전에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줘야 하지만 외국 업체는 이 규정을 지킬 의무가 없다. 아예 환불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객실을 정상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지난해 외국 업체에 과도한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했지만 본사에서 환급을 거부했다. 외국 업체들은 호텔과 계약을 맺을 때 호텔들이 더 저렴하게 객실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최저가격보상제’ 조항을 넣는 등 불공정계약을 맺기도 한다.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이탈리아에서는 최저가격보상제 조항을 계약에 넣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신설했고, 일본에서는 여행 상품을 소개할 때 누구에게 어떤 대가를 어떻게 지급할지 표시하는 여행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며 “공정경쟁이 이뤄지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