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이 자칫 제2의 대공황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세 보복전이 글로벌 무역을 위축시켜 모두를 가난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되살아난 1930년대 대공황 '망령'
미국의 석학들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등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때부터 “1930년대 대공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수입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대공황 당시에 발생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보복의 악순환이 세계무역을 더욱 위축시켜 모두를 더 가난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30년대 대공황과 현재 상황은 여러모로 닮은 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29년 10월29일 뉴욕증시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1920년대 미국 경제의 ‘거품’에 근본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허버트 후버 미 행정부가 취한 보호무역 조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분석했다.

후버 행정부는 증시 급락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930년 6월 ‘스무트-홀리법’을 제정, 2만여 개 수입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여파로 평균 25.9%였던 미국의 수입관세율은 59.1%까지 치솟았다.

이에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일부 국가는 수입 제한 및 환율 통제로 맞섰다. 통상전쟁 여파로 세계 무역규모가 66%(1929~1934년) 급감했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5%(1929~1932년) 쪼그라들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부과 조치 역시 중국 정부의 즉각적인 보복관세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공황의 교훈으로 수십 년간 구축한 자유무역 질서가 미국 대통령의 변덕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