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지분 20% 되사기로
콜옵션 행사 전격 결정
IMM, 3년 만에 투자금 회수
몸값 올라가는 SO 매물
딜라이브 등 2곳만 남아
인수 후보들 전략 수정 불가피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티브로드 지분 20.13%를 콜옵션을 행사해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태광그룹 측은 콜옵션 행사 결정 내용을 23일 IMM PE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티브로드의 기업공개(IPO)는 결국 무산됐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와의 경쟁에서 밀려 SO들의 기업 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이에 IMM PE는 지난달 태광그룹과 이 전 회장에게 콜옵션 행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태광그룹 측은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IMM PE와 함께 티브로드를 매각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SO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SO 상위 3개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2013년 1만4979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2016년 1만3596원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이동통신 3사가 CJ헬로나 딜라이브 등 경쟁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면 티브로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IMM PE도 잠재적 인수 후보들을 접촉하며 매각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예상을 깨고 티브로드를 계속 경영하기로 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티브로드를 매각하지 않는다는 이 전 회장의 의지가 확고했다”며 “그룹의 자금력이 충분해 지분을 되사들이는 데 자금 부담도 없다”고 설명했다.
IPTV 및 SO 사업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일단 매물이 줄면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3위 SO 딜라이브의 몸값이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초까지 LG유플러스와 매각 협상을 벌인 1위 SO CJ헬로는 일단 딜라이브 인수전에 올인할 전망이다.
티브로드는 다른 SO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SO 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 IPTV 주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던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