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첫날 축포를 쏘아올렸다. 주가가 6%대 급등세를 연출하며 현대차, 포스코, 네이버 등을 제치고 단숨에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셀트리온은 다음달 초 유가증권시장 우량 종목 200개로 구성된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평가다.
셀트리온, 코스피 시총 3위 '화려한 데뷔'
셀트리온 주가는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만6500원(6.08%) 오른 28만8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여파로 장 초반 5.16% 내린 25만7500원까지 떨어졌으나 오전 10시 이후 기관투자가(순매수액 1095억원)의 ‘사자’ 주문이 쏟아지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29만3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액티브팀장은 “벤치마크(기준 지수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내려는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이 앞다퉈 셀트리온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종가 기준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35조3279억원으로 삼성전자(시가총액 286조9438억원)와 SK하이닉스(53조4354억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 가운데 이날 주가가 오른 곳은 셀트리온뿐이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다면 코스피지수(이날 종가 2363.77)가 2308선까지 내려갔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다음달 선물·옵션 마감일(8일) 다음날인 9일 셀트리온이 코스피200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 후 15거래일간 평균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 상위 50위 이내인 종목을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한다. 셀트리온이 코스피200에 편입되면 주가지수 편입 종목들을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담는 ‘패시브 펀드’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20조~4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이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5000억~1조원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높아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셀트리온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89.69배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8.75배)의 10배를 웃돈다. 외국계 증권사인 도이치뱅크는 지난달 19일 ‘셀트리온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돼 있고, 높은 수익성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에 대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전 팀장은 “미국발(發) 글로벌 증시 조정이 장기화하면 셀트리온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형주 펀드매니저들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