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모바일 입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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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벌써 입춘(立春)이다. 24절기의 처음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 봄으로 들어서는 시기인데 왜 들 입(入)자가 아니라 설 립(立)자를 쓰는 걸까.
입춘이란 말은 중국 황제가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고 그 기운을 일으켜 제사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立’에는 ‘곧’ ‘즉시’라는 뜻도 있어 이제 곧 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도 같은 원리다. 그러니 ‘봄기운이 막 일어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해인 수녀가 ‘봄 일기-입춘에’라는 시에서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는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라고 한 것도 ‘일어서는 봄’을 노래한 것이다.
옛 사람들은 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담은 글을 한지에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였다. 이를 입춘방(立春榜)이라고 한다. 붙이는 시각은 해마다 달랐다. 태양이 황도를 따라 315도 기운 위치에 정확히 놓이는 시점을 입춘시(時)라고 해서 그때 붙였다. 올해는 4일 오전 6시28분이다.
입춘방의 문구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라는 구절도 자주 쓴다. 다복과 장수, 풍년과 평안을 비는 마음이 그만큼 컸다.
요즘은 입춘방을 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집이 드물다. 대신 컴퓨터나 모바일로 덕담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간단한 문구에 각종 그림과 사진을 곁들인 이미지 파일도 등장했다.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어 전송하는 젊은이도 많다. 모바일 메신저 배경화면이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이것으로 바꾸는 열성파까지 볼 수 있다.
이왕에 ‘모바일 입춘방’을 보내려면 천편일률적인 옛날 문구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린 내용을 담는 게 어떨까. 제주에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데 꽃사진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멋진 시 한 구절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떤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문병란 ‘희망가’),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등 좋은 시구가 많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입춘이란 말은 중국 황제가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고 그 기운을 일으켜 제사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立’에는 ‘곧’ ‘즉시’라는 뜻도 있어 이제 곧 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도 같은 원리다. 그러니 ‘봄기운이 막 일어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해인 수녀가 ‘봄 일기-입춘에’라는 시에서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는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라고 한 것도 ‘일어서는 봄’을 노래한 것이다.
옛 사람들은 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담은 글을 한지에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였다. 이를 입춘방(立春榜)이라고 한다. 붙이는 시각은 해마다 달랐다. 태양이 황도를 따라 315도 기운 위치에 정확히 놓이는 시점을 입춘시(時)라고 해서 그때 붙였다. 올해는 4일 오전 6시28분이다.
입춘방의 문구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라는 구절도 자주 쓴다. 다복과 장수, 풍년과 평안을 비는 마음이 그만큼 컸다.
요즘은 입춘방을 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집이 드물다. 대신 컴퓨터나 모바일로 덕담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간단한 문구에 각종 그림과 사진을 곁들인 이미지 파일도 등장했다.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어 전송하는 젊은이도 많다. 모바일 메신저 배경화면이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이것으로 바꾸는 열성파까지 볼 수 있다.
이왕에 ‘모바일 입춘방’을 보내려면 천편일률적인 옛날 문구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린 내용을 담는 게 어떨까. 제주에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데 꽃사진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멋진 시 한 구절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떤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문병란 ‘희망가’),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등 좋은 시구가 많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