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배운 배양학에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 있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 과정을 연구하던 중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식물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필수 영양소의 합이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사실이다. 가령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것이 아무리 많이 들어 있어도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농업에서 출발한 이 이론은 경제학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된다.
조직 관리론에도 적용된다. 조직 전체의 위기는 조직 내 가장 약한 고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사슬도 연결고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의해 그 강도가 결정되듯 어느 한 부분이 취약하다면 그로 인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조직은 거창한 요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은 실수나 가볍게 다뤘던 의사결정에 의해서도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평소 조직 내 가장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피고 보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권위주의와 수직적인 체계가 수평적인 소통을 막아선 안 된다. 경직된 의사전달 문화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조화로운 조직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돼 성과를 이루려는 협력 정신을 필요로 한다.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성원을 고무하고 지원하면서 잠재력을 찾아 키워주면 훨씬 더 수준 높은 역량으로 보답할 것이다.
유능한 사람만이 조직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여럿이 어울려 팀을 이루고 힘을 모아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때 더 큰 시너지가 이뤄진다. 폭넓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열정을 끌어내고 조직원 스스로가 자신을 경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앞서 만난 청년 농업인의 말처럼 사회 구성원 서로가 모자란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조금씩 나눠가며 공동체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syna6513@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