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껑충 뛰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보고서엔 중국 내 석탄도시의 호텔 앞에 값비싼 자동차가 즐비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좋아졌다는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지방정부 통계 조작 감추려고… 중국, 고의로 성장률 낮췄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가 18일 발표할 예정인 2017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9%에 그칠 전망이다. 수치상으론 전년도의 6.7%에서 소폭 개선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중국 지방정부가 과거 경기침체기에 GDP를 부풀린 과오 때문에 이번엔 실제 경기 반등세를 오히려 숨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회복세를 왜 숨기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정기적으로 지방정부에서 받은 데이터를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 관료들이 경기를 좋게 보이게 하려고 관행적으로 수치를 부풀리는 것을 조정하는 차원에서다. 이런 식의 ‘통계 마사지’는 중국 경기의 변동성을 감추고 통계 유용성을 떨어뜨린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방정부 통계 조작 감추려고… 중국, 고의로 성장률 낮췄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폐막한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 지도자회의 연설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았다”며 “GDP 증가율이 6.9%가량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 회복세는 훨씬 더 가파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실적이 개선됐고 원자재 수입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생산자가격도 이전의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할 GDP 통계에 큰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세를 감춰야 하는 주된 이유로는 2012~2016년 중국 북부지역의 경기침체가 꼽힌다. 지난해 랴오닝성에 이어 최근 네이멍구자치구, 톈진빈하이신구가 2016년 GDP를 부풀린 점을 인정했다. 이들 3개 지역의 공통점은 석탄, 철강 등 원자재 중공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원유, 석탄,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 지역 경제는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공급 과잉 축소에 나서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지방 관료의 통계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보도했다.

◆북부 석탄·철강 생산지 조작 만연

문제는 이들 지역의 통계조작이 비단 한 해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톈진빈하이신구는 13일 2016년 GDP 규모가 기존 1조위안대가 아니라 6654억위안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기존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 GDP는 2015년 9300억위안, 2014년 8700억위안, 2013년 8000억위안 규모였다. 2016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거나 기존 GDP도 가짜 통계임이 드러난 셈이다.

앞서 네이멍구 지방정부는 2016년 산업생산량과 재정수입을 실제보다 각각 40%, 26% 많게 부풀린 것이 들통났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내부 감사로 적발된 것이 8일 알려졌다. 네이멍구는 2차산업 비중이 GDP의 47%를 차지한다. 2015년 수치가 맞는다면 2016년 이 지역 경제가 13% 축소됐다는 의미다. 그게 아니라면 2015년 수치도 가짜라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계조작을 멈추라고 경고하자 랴오닝성은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통계조작을 시인했다. 랴오닝성은 2011~2014년 지역총생산을 20% 가까이 부풀렸다고 시인했으며, 2015년보다 2016년 경기가 수축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 수정된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온실가스 데이터 등도 줄줄이 뒤틀려

중국 정부의 통계가 왜곡됐다면 세계 정부, 기업, 국제기구 등의 통계도 뒤틀렸다는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세계기후변화 협상가들은 2014~2016년 중국의 GDP 증가세에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지 않은 점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향상됐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된 지난해엔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늘었다. FT는 “탄소 배출량 감소가 정책 효과 때문이라고 믿는 것과 중국 북부지역의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GDP 통계 신뢰도가 떨어져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통계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GDP 산출 방식을 2019년까지 통일하겠다고 발표했다.

허란/이설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