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유명 애니 속 3000년 된 온천…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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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쓰야마·나오시마 여행
마쓰야마城 산책 끝나면 순례자의 길 걸어 보자
나쓰메 소세키 작품 '도련님'… 소설 속 풍경 그대로 재현
구리 제련소 많던 나오시마, 미술관 프로젝트로 되살아나
마쓰야마城 산책 끝나면 순례자의 길 걸어 보자
나쓰메 소세키 작품 '도련님'… 소설 속 풍경 그대로 재현
구리 제련소 많던 나오시마, 미술관 프로젝트로 되살아나
일본인들은 와비(わび)의 마음으로 차(茶)를 대접한다고 한다. 와비는 한적한 정취, 소박하고 차분한 멋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일본 시코쿠(四國) 북동 해안 에히메현(愛媛縣)의 마쓰야마는 마치 일본차를 대접하는 마음처럼 소박하고 한적하지만 따뜻한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인 도고온천을 비롯해 일본의 국민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도련님(坊っちゃん 봇짱)’의 배경지이기도 한 마쓰야마는 깊은 여운이 남는 곳이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도 마찬가지다. 때로 여행은 볼거리가 많지 않아도 번잡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마쓰야마와 나오시마다.
애니메이션 배경지 마쓰야마 도고온천
마쓰야마 첫 여행지가 이마바리 타월미술관이라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숱한 여행지를 두고 겨우 수건을 보러 가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타월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서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줬다. 타월미술관은 일본 내 타월 생산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마바리시의 타월문화를 소개하는 세계 최초의 타월을 주제로 한 미술관이다. 땀이나 물기를 닦는 수건이 이곳에서는 예술의 옷을 입고 작품이 됐다. 전시관으로 향하기 전에 타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계 설비를 전시해놓았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시설이지만 3분의 1 속도로 기계가 가동한다. 제품을 만드는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판매하는 물품을 생산한다고 한다.
본격적인 전시관에는 원피스 모양의 타월을 비롯해 일본의 타월전문작가가 만든 회화를 방불케 하는 작품도 전시돼 있다. 하이쿠(일본 전통 시), 한시, 동화 이야기 등도 타월로 디자인돼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작품 ‘무민’의 세계를 그린 ‘무민 특별 박물관’도 전시돼 있다. 마쓰야마에서 가장 큰 관광지는 역시 도고온천(道後溫泉)이다. 일본 최고(最古) 온천이기도 한 도고온천은 무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연간 한국과 중국 등에서 한 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1894년에 지어진 도고온천 본관은 1994년에 온천 시설로는 일본 최초로 국가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3층 목조 건물로 ‘가미노유(신의 온천)’ ‘다마노유(령의 온천)’ 등 2개의 욕실을 선택할 수 있고, 목욕 코스는 ‘다마노유 3층 개인실 코스’ ‘다마노유 2층석 코스’ ‘가미 노유 2층석 코스’ ‘가미노유 아래층 코스’ 4가지로 나뉘어 있다. 무엇보다 도고온천이 유명한 것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2001년에 감독한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처럼 도고온천은 고색창연하고 입구와 기와형태까지 비슷하다. 몸무게를 재는 저울까지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나는 도고온천은 낡고 퇴색했지만 왠지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속 풍경도 눈길
도고온천 본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는 도고 기야만 유리 박물관이 있다. 물과 녹음이 우거진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유리박물관은 관내는 빨간색과 검은색을 기조로 한 현대적인 구조로, 밤에는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관내에는 도고온천 본관의 상징인 진 로각의 빨간 판유리를 비롯해 에도 시대의 희귀한 유리제품과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일본 유리작품 약 300점을 전시 중이다. 큰 볼거리는 아니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마쓰야마 시내에는 도고온천역이 있다. 한국에도 도고온천역이 있는데 같은 이름의 역이 한국과 일본에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 묘하다.
도고온천역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고베의 기타노이진칸점처럼 역사적 유적지에 스타벅스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고온천역 앞 광장에는 메이지시대에 사용했던 대형 솥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를 이용해 만든 무료 족탕시설인 호조엔이 있다. 호조엔 옆에는 1994년 도고온천 본관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자동인형시계가 세워져 있다.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매시 정각이면 시계 속에서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추앙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 속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음악과 함께 차례로 나타난다.
일본 1000엔권의 화폐인물이기도 한 나쓰메 소세키는 마쓰야마의 중학교를 배경으로 그의 대표작인 소설 도련님을 집필했다. 자동인형시계의 대각선 방향으로 증기기관차가 세워져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증기기관차는 1888년부터 67년간 실제로 시내를 달리고 있고, 소설의 영향으로 ‘봇짱열차’라고 불리게 됐다. 현재 시내를 달리고 있는 열차는 2001년에 디젤 기관차로 복원한 것인데 복고풍의 차량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기차표는 물론 승무원 유니폼도 옛날 유니폼을 재현했다.
순례자의 길을 걷거나 성을 구경하거나
도고온천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는 거리에 있는 이시테지(石手寺)는 728년에 쇼무 천왕의 칙명으로 국사 오치 다마수미가 창건했고, 본존인 약사여래상은 교키 스님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318년에 불사한 ‘인왕문’이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본당, 삼중탑, 종루 등 국가 중요 문화재 6개가 있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에는 88개의 절을 걸어서 도는 1200㎞에 이르는 순례길이 있는데 이시테지는 51번째 절이다. 88개의 절을 걷는 사람들을 오헨로(걷다)라고 부르는데 순례길을 가리켜 시코쿠 오헨로라고 한다. 시코쿠 오헨로는 1200년 전 진언종의 흥법대사가 88개의 절을 걸은 것에서 유래됐다. 자발적인 순례자들은 길을 따라 절을 순례하며 참배를 한다. 불교신자가 주를 이루겠지만 굳이 신자가 아니어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들처럼 많은 이들이 길을 걷는다. 사원 주변 식당에서는 이시테지의 명물인 ‘오야키’라고 불리는 떡을 팔고 있다. 에히메현 중앙에 있는 마쓰야마 성은 현재 전국에 12개밖에 현존하지 않는 에도시대 이전에 건축된 천수각을 가지고 있는 성곽의 하나다. 축성 당시의 천수는 5층이었지만, 후에 3층으로 개축됐다. 히메지 성, 와카야마 성과 함께 일본 3대 연립식 평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했다. 마쓰야마란 지명의 유래는 이 시기 가토 요시아키가 자신의 영지를 마쓰야마라 칭했기 때문이다. 마쓰야마성은 국가 사적으로 21채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벚꽃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아트 프로젝트로 살아난 나오시마
여행의 하루를 예술의 섬인 나오시마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쓰야마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다카마쓰에서 북쪽으로 13㎞에 있는 나오시마는 원래 구리 제련소였다. 한때 지역경제가 활성화됐지만 제련소에서 나온 폐기물로 섬이 황폐화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다 죽어가던 섬이 다시 살아난 것은 출판기업인 ‘베네세’가 1989년 시작한 ‘아트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아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일본이 낳은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었다. 그는 파격적 형태의 미술관인 지추(地中) 미술관을 건축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일조했다.
지추미술관은 섬 남부 산 위에 있는 계단식 밭 형태의 염전 터 지하에 만들어졌다. 시설 전체가 지하에 묻혀 있으면서도 자연광을 받아들여 하루 중에도 시간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프랑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단 3명의 작품만 전시돼 있다. 모네의 전시공간은 이탈리아 대리석 70만 개로 바닥이 장식돼 있으며 마리아의 전시공간은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실내외에 놓여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부터 일본의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 풍경까지 섬 곳곳에서 예술과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오시마의 입구인 미야노우라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설치 미술가인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인 대형 호박이다.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거울로 장식된 방에 설치돼 있던 작은 호박이 1994년 나오시마에 검은 무늬가 있는 대형 호박 조각으로 이어졌다. 물방울 무늬와 무한 증식하는 반복과 통일의 호박은 어느새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예술품이 됐다. 항에서 거리를 돌아가면 곳곳에 재미있는 미술품을 볼 수 있다. 공중목욕탕이 예술품이 된 아이러브유(I Love Yu (I♥湯))가 대표적이다. 탕(湯)을 의미하는 일본어 발음 ‘유’를 재치있게 활용한 공중목욕탕으로 2009년 오타케 신로가 실제로 입욕할 수 있는 미술시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오시마의 입구인 미야노우라 항구에 만든 작품이다. 욕실에는 코끼리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욕조와 욕탕 내 그림 화장실의 변기까지 익살스러우며 독특하다.
안도 다다오의 또 하나의 건축물인 미술관과 부티크 호텔이 결합한 베네세 하우스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거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면 숲으로 이어지며, 아트리움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객실 창문을 넘나들 정도다.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중앙 갤러리 위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삐죽 솟아 있다. 어디에서나 윤을 낸 콘크리트 벽과 옅은 빛깔의 나무 바닥을 볼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와 일본에서 떠오르는 신성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에서 하룻밤 묵으며 밤이나 낮이나 조각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고, 그림을 코앞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오사카 인력거 투어 포함… '소쿠리패스' 패키지 판매
글로벌 트래블패스 플랫폼 ‘소쿠리패스’는 오사카 마니아를 위한 교토 아라시야마 인력거 투어와 뱃놀이·식사 패키지 2종을 단독 판매한다. 일본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소도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여행 상품이다.
인력거 투어는 헤이안 시대 귀족 별장지이자 죽림에 은거한 문인들의 마을이던 아라시야마를 마치 신선이 거닐 듯 한껏 여유를 부리며 즐길 수 있다. 전문 인력거꾼이 가이드로 동행하며 여행객이 원하는 코스에 따라 아라시야마 구석구석을 상세히 안내해 준다. 가격은 성인 1명 기준 2850엔(2만7930원).
아라시야마 뱃놀이·식사 패키지는 일본 귀족과 천황이 즐기던 뱃놀이를 그대로 재현해 즐기며 일본 소도시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쓰라강 위에서 약 1시간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며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교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명 기준 4400엔(4만3120원)부터다.
여행 정보
시코쿠 섬 내 국제공항은 마쓰야마 국제공항, 다카마쓰 국제공항 등 두 곳.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제주항공(주 3회)과 에어서울(주 5회)이 각각 인천~마쓰야마 노선, 인천~다카마쓰 노선을 운항한다.
다카마쓰에는 우동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가가와현은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으로, 수타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우동을 먹을 수도 있다. 손으로 쳐낸 우동은 가지고 돌아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 증서를 붙인 족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족자에는 우동 만들기 비법이 붙어 있으며, 부속으로 달려 있는 막대는 면 밀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마쓰야마의 먹거리 중 명물로 꼽히는 것은 다이메시(도미밥)다. 쌀에 다시마를 깔고 도미 한 마리를 통째로 뚝배기에 얹어 짓는 향토요리. 도미와 다시마의 풍미, 간장의 고소함이 쌀에 스며들어 깊은 맛의 밥이 된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ALL SHIKOKU Rail Pass)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교통 패스로 시코쿠 전역을 연결하는 6개 철도 노선(약 1100㎞)을 이용할 수 있다. 2일권이 7400엔(성인)이며 5일권(1만엔)까지 있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마쓰야마=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사진=김정민 여행사진작가
애니메이션 배경지 마쓰야마 도고온천
마쓰야마 첫 여행지가 이마바리 타월미술관이라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숱한 여행지를 두고 겨우 수건을 보러 가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타월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서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줬다. 타월미술관은 일본 내 타월 생산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마바리시의 타월문화를 소개하는 세계 최초의 타월을 주제로 한 미술관이다. 땀이나 물기를 닦는 수건이 이곳에서는 예술의 옷을 입고 작품이 됐다. 전시관으로 향하기 전에 타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계 설비를 전시해놓았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시설이지만 3분의 1 속도로 기계가 가동한다. 제품을 만드는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판매하는 물품을 생산한다고 한다.
본격적인 전시관에는 원피스 모양의 타월을 비롯해 일본의 타월전문작가가 만든 회화를 방불케 하는 작품도 전시돼 있다. 하이쿠(일본 전통 시), 한시, 동화 이야기 등도 타월로 디자인돼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작품 ‘무민’의 세계를 그린 ‘무민 특별 박물관’도 전시돼 있다. 마쓰야마에서 가장 큰 관광지는 역시 도고온천(道後溫泉)이다. 일본 최고(最古) 온천이기도 한 도고온천은 무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연간 한국과 중국 등에서 한 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1894년에 지어진 도고온천 본관은 1994년에 온천 시설로는 일본 최초로 국가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3층 목조 건물로 ‘가미노유(신의 온천)’ ‘다마노유(령의 온천)’ 등 2개의 욕실을 선택할 수 있고, 목욕 코스는 ‘다마노유 3층 개인실 코스’ ‘다마노유 2층석 코스’ ‘가미 노유 2층석 코스’ ‘가미노유 아래층 코스’ 4가지로 나뉘어 있다. 무엇보다 도고온천이 유명한 것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2001년에 감독한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처럼 도고온천은 고색창연하고 입구와 기와형태까지 비슷하다. 몸무게를 재는 저울까지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나는 도고온천은 낡고 퇴색했지만 왠지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속 풍경도 눈길
도고온천 본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는 도고 기야만 유리 박물관이 있다. 물과 녹음이 우거진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유리박물관은 관내는 빨간색과 검은색을 기조로 한 현대적인 구조로, 밤에는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관내에는 도고온천 본관의 상징인 진 로각의 빨간 판유리를 비롯해 에도 시대의 희귀한 유리제품과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일본 유리작품 약 300점을 전시 중이다. 큰 볼거리는 아니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마쓰야마 시내에는 도고온천역이 있다. 한국에도 도고온천역이 있는데 같은 이름의 역이 한국과 일본에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 묘하다.
도고온천역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고베의 기타노이진칸점처럼 역사적 유적지에 스타벅스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고온천역 앞 광장에는 메이지시대에 사용했던 대형 솥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를 이용해 만든 무료 족탕시설인 호조엔이 있다. 호조엔 옆에는 1994년 도고온천 본관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자동인형시계가 세워져 있다.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매시 정각이면 시계 속에서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추앙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 속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음악과 함께 차례로 나타난다.
일본 1000엔권의 화폐인물이기도 한 나쓰메 소세키는 마쓰야마의 중학교를 배경으로 그의 대표작인 소설 도련님을 집필했다. 자동인형시계의 대각선 방향으로 증기기관차가 세워져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증기기관차는 1888년부터 67년간 실제로 시내를 달리고 있고, 소설의 영향으로 ‘봇짱열차’라고 불리게 됐다. 현재 시내를 달리고 있는 열차는 2001년에 디젤 기관차로 복원한 것인데 복고풍의 차량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기차표는 물론 승무원 유니폼도 옛날 유니폼을 재현했다.
순례자의 길을 걷거나 성을 구경하거나
도고온천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는 거리에 있는 이시테지(石手寺)는 728년에 쇼무 천왕의 칙명으로 국사 오치 다마수미가 창건했고, 본존인 약사여래상은 교키 스님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318년에 불사한 ‘인왕문’이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본당, 삼중탑, 종루 등 국가 중요 문화재 6개가 있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에는 88개의 절을 걸어서 도는 1200㎞에 이르는 순례길이 있는데 이시테지는 51번째 절이다. 88개의 절을 걷는 사람들을 오헨로(걷다)라고 부르는데 순례길을 가리켜 시코쿠 오헨로라고 한다. 시코쿠 오헨로는 1200년 전 진언종의 흥법대사가 88개의 절을 걸은 것에서 유래됐다. 자발적인 순례자들은 길을 따라 절을 순례하며 참배를 한다. 불교신자가 주를 이루겠지만 굳이 신자가 아니어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들처럼 많은 이들이 길을 걷는다. 사원 주변 식당에서는 이시테지의 명물인 ‘오야키’라고 불리는 떡을 팔고 있다. 에히메현 중앙에 있는 마쓰야마 성은 현재 전국에 12개밖에 현존하지 않는 에도시대 이전에 건축된 천수각을 가지고 있는 성곽의 하나다. 축성 당시의 천수는 5층이었지만, 후에 3층으로 개축됐다. 히메지 성, 와카야마 성과 함께 일본 3대 연립식 평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했다. 마쓰야마란 지명의 유래는 이 시기 가토 요시아키가 자신의 영지를 마쓰야마라 칭했기 때문이다. 마쓰야마성은 국가 사적으로 21채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벚꽃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아트 프로젝트로 살아난 나오시마
여행의 하루를 예술의 섬인 나오시마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쓰야마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다카마쓰에서 북쪽으로 13㎞에 있는 나오시마는 원래 구리 제련소였다. 한때 지역경제가 활성화됐지만 제련소에서 나온 폐기물로 섬이 황폐화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다 죽어가던 섬이 다시 살아난 것은 출판기업인 ‘베네세’가 1989년 시작한 ‘아트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아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일본이 낳은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었다. 그는 파격적 형태의 미술관인 지추(地中) 미술관을 건축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일조했다.
지추미술관은 섬 남부 산 위에 있는 계단식 밭 형태의 염전 터 지하에 만들어졌다. 시설 전체가 지하에 묻혀 있으면서도 자연광을 받아들여 하루 중에도 시간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프랑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단 3명의 작품만 전시돼 있다. 모네의 전시공간은 이탈리아 대리석 70만 개로 바닥이 장식돼 있으며 마리아의 전시공간은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실내외에 놓여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부터 일본의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 풍경까지 섬 곳곳에서 예술과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오시마의 입구인 미야노우라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설치 미술가인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인 대형 호박이다.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거울로 장식된 방에 설치돼 있던 작은 호박이 1994년 나오시마에 검은 무늬가 있는 대형 호박 조각으로 이어졌다. 물방울 무늬와 무한 증식하는 반복과 통일의 호박은 어느새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예술품이 됐다. 항에서 거리를 돌아가면 곳곳에 재미있는 미술품을 볼 수 있다. 공중목욕탕이 예술품이 된 아이러브유(I Love Yu (I♥湯))가 대표적이다. 탕(湯)을 의미하는 일본어 발음 ‘유’를 재치있게 활용한 공중목욕탕으로 2009년 오타케 신로가 실제로 입욕할 수 있는 미술시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오시마의 입구인 미야노우라 항구에 만든 작품이다. 욕실에는 코끼리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욕조와 욕탕 내 그림 화장실의 변기까지 익살스러우며 독특하다.
안도 다다오의 또 하나의 건축물인 미술관과 부티크 호텔이 결합한 베네세 하우스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거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면 숲으로 이어지며, 아트리움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객실 창문을 넘나들 정도다.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중앙 갤러리 위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삐죽 솟아 있다. 어디에서나 윤을 낸 콘크리트 벽과 옅은 빛깔의 나무 바닥을 볼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와 일본에서 떠오르는 신성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에서 하룻밤 묵으며 밤이나 낮이나 조각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고, 그림을 코앞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오사카 인력거 투어 포함… '소쿠리패스' 패키지 판매
글로벌 트래블패스 플랫폼 ‘소쿠리패스’는 오사카 마니아를 위한 교토 아라시야마 인력거 투어와 뱃놀이·식사 패키지 2종을 단독 판매한다. 일본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소도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여행 상품이다.
인력거 투어는 헤이안 시대 귀족 별장지이자 죽림에 은거한 문인들의 마을이던 아라시야마를 마치 신선이 거닐 듯 한껏 여유를 부리며 즐길 수 있다. 전문 인력거꾼이 가이드로 동행하며 여행객이 원하는 코스에 따라 아라시야마 구석구석을 상세히 안내해 준다. 가격은 성인 1명 기준 2850엔(2만7930원).
아라시야마 뱃놀이·식사 패키지는 일본 귀족과 천황이 즐기던 뱃놀이를 그대로 재현해 즐기며 일본 소도시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쓰라강 위에서 약 1시간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며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교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명 기준 4400엔(4만3120원)부터다.
여행 정보
시코쿠 섬 내 국제공항은 마쓰야마 국제공항, 다카마쓰 국제공항 등 두 곳.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제주항공(주 3회)과 에어서울(주 5회)이 각각 인천~마쓰야마 노선, 인천~다카마쓰 노선을 운항한다.
다카마쓰에는 우동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가가와현은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으로, 수타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우동을 먹을 수도 있다. 손으로 쳐낸 우동은 가지고 돌아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 증서를 붙인 족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족자에는 우동 만들기 비법이 붙어 있으며, 부속으로 달려 있는 막대는 면 밀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마쓰야마의 먹거리 중 명물로 꼽히는 것은 다이메시(도미밥)다. 쌀에 다시마를 깔고 도미 한 마리를 통째로 뚝배기에 얹어 짓는 향토요리. 도미와 다시마의 풍미, 간장의 고소함이 쌀에 스며들어 깊은 맛의 밥이 된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ALL SHIKOKU Rail Pass)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교통 패스로 시코쿠 전역을 연결하는 6개 철도 노선(약 1100㎞)을 이용할 수 있다. 2일권이 7400엔(성인)이며 5일권(1만엔)까지 있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마쓰야마=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사진=김정민 여행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