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어 삼성물산도 '전략·인사 TF' 신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건설, 조선, 중공업 등 비(非)전자 제조 계열사 전략과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조직을 신설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임원 인사 직후 조직개편을 단행해 ‘EPC경쟁력강화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전자 제조 계열사들의 전략과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TF장엔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57)이 임명됐다.

EPC는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말한다. 이번 조직의 우선순위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 조선, 중공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재무라인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뒤 2010년 말부터 4년간 미래전략실에서 전략2팀장 업무를 수행했다. 비전자 제조 계열사들의 전략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2014년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을 주도했다. 당시 양사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 반대 등으로 합병이 무산되자 이듬해 초 삼성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됐다. 이런 경력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찌감치 김 부사장을 TF 조직을 이끌 적임자로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부산 혜광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주력 계열사가 이 같은 소규모 TF 조직을 통해 과거 미래전략실이 담당하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문별로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전자 계열사의 전략과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사업지원TF 조직을 신설했다. 미래전략실의 인사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TF장을 맡고 있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금융 계열사 사장단·임원 인사에서도 비슷한 조직이 꾸려질 전망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올해부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간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M&A 등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부터 비핵심자산인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20.05%) 매각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2월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삼성엔지니어링 흡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계열사 간 사업 분할 및 합병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최근 시장에 퍼지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설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규제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