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빠졌던 미국 소녀, K팝 가수로 떴다
“많은 사람이 크리샤 츄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걸 이뤘으니 지금부터는 저를 알리는 일만 남았죠.”

지난 3일 첫 번째 미니음반 ‘드림 오브 파라다이스’를 내놓은 가수 크리샤 츄(19·사진)의 당찬 포부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는 모습이 사춘기 소녀처럼 느껴지는 크리샤 츄는 필리핀계 미국인이다. 어릴 때부터 K팝에 푹 빠져 가수를 꿈꿨다. 한국 가수들의 역동적인 춤에 반해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2016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6’에 출연하며 목표에 한발 다가섰다. 심사위원 유희열 박진영 양현석에게 칭찬을 받으며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2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꿈만 같아요. 가수로 데뷔하고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지금 이 시간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얼반웍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크리샤 츄는 ‘K팝스타6’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데뷔를 준비했다. 그룹으로 데뷔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는 지난해 5월 솔로 가수로 당당히 무대에 섰다. K팝스타6에서도 짧은 시간에 한글 가사를 외우고 감정까지 넣어 불렀던 그는 성공적인 데뷔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다른 열정 덕분이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용준형이 크리샤 츄를 위해 만든 데뷔곡 ‘트러블’은 강렬한 분위기의 댄스 장르다. 크리샤 츄는 이 곡을 통해 그간 동경해온 K팝 특유의 힘 있는 안무와 노래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8개월 만에 발표한 이번 새 음반의 타이틀곡 ‘라이크 파라다이스(Like Paradise)’는 그룹 펜타곤의 후이에게 선물 받았다. 후이는 최근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의 경연곡 ‘네버(NEVER)’와 그룹 워너원의 ‘에너제틱’ 등을 만들며 ‘대세 작곡가’로 떠오른 만큼 크리샤 츄는 “영광스럽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용준형에 이어 후이까지 유명한 선배들에게 곡을 받은 것만으로도 신기해요. 하하.”

좋은 기회인 만큼 곡의 느낌을 잘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그는 “‘라이크 파라다이스’는 저와 잘 어울리고, 힘 있는 안무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며 “처음 시도하는 장르여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음색보다는 가사에 집중했다. 크리샤 츄는 “‘기억해 난 그날의 우리~’라는 후렴구가 참 예쁘다”며 활짝 웃었다.

외국인이어서 발음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가사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곡의 분위기와 느낌을 더 잘 표현하려고 고민도 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다는 그는 “멀리서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며 어른스러운 진지함도 보여줬다.

“올해 목표는 ‘라이크 파라다이스’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크리샤 츄라는 가수를 기억하게 하는 겁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하니까 한국은 물론 해외 공연을 통해 세계 팬들도 만나고 싶어요.”

글=김하진/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