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교역침체 전망 불구 전세계 무역량 5.1% 증가
유가와 달러 변동은 인접국 교역에 직접적인 영향 끼쳐
수출 증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시급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세계 교역량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세계 무역량이 급속하게 회복되고 있다. 무역이 구조적 침체기를 맞았다는 국제기구들의 분석 및 전망과는 상반된다. 유가나 달러도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한때 둔화됐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따른 분업구조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네트워크로 형성되는 새로운 제조업 형태가 빛을 보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엿보이는 3국 간 교역량 증가는 신(新)동북아협력체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과연 구조적인지 일시적인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지금의 세계적인 무역 현상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네덜란드 정부의 경제정책분석국(CPB)은 지난 24일 올 3분기 무역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6년 반 만에 대폭 증가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갑작스런 교역량 증가를 제외한다면 10년 만의 증가세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무역량이 4.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런 교역 증가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무역 증대에서 비롯된다. 중국 정부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무역액은 22조5200억위안(약 3704조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5.9%나 증가했다. 무역흑자가 17.8%나 줄어든 것도 특이하다. 선진국도 많이 회복됐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의 성장률이 눈부시다. CPB는 전체 교역량 증가율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치인 3.6%(IMF 전망)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이 교역량을 앞서는 ‘슬로 트레이드(Slow Trade)’ 현상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수출도 놀랄 만한 증가세다. 8월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3751억달러다. 2015년 이후 세계 수출 6위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아시아국 간 교역 활발
무엇보다 한국 중국 일본 등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의 교역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전 세계 교역량에서 한·중·일 3국의 무역량은 25%다. 아세안 국가들을 합치면 40%가 넘는다. 이들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다. 물론 유럽 국가 간 교역량보다 훨씬 크다. GVC에 따른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GVC는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산업들이 투입돼 각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다. 한국은 일찌감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기존 한국과 중국, 일본 중심의 동북아 분업구조가 이 같은 가치사슬이었다.
학계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에서 이런 글로벌 분업구조가 빨리 형성된 것에 주목한다. 일본의 전자산업이 한국에 뒤처진 것도 이 같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이 체코나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과 협력해 글로벌 분업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이 분업구조는 수년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글로벌 교역량이 둔화되고 중국이 자국 내 공급을 표명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회복되고 글로벌 수송이 안정화하면서 다시 글로벌 가치사슬은 작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한·중·일 협력 주목
미국은 무엇보다 한·중·일 간 교역량이 증가한 데 주목한다. 미국 CN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한·중·일 3국에서 투자와 무역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은 4월에서 9월 사이 22%나 증가했다. 올해 일본의 대중 투자도 13% 늘었다. 지난해 15% 줄어든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이 방송은 일본 경제계가 중국 시장에 큰 투자를 한다는 데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한·중 간 교역도 활발하다. 한국의 대중 수출도 급증했다. 한국의 수출도 2016년 5.7% 급감했지만 올해 들어선 21%로 뛰어올랐다. CNBC는 중국 내수가 급증해 이처럼 교역이 늘어났는지 아니면 각국 간 기대하는 협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전 동북아 분업 구조의 재탄생이다. CNBC는 중국 시장을 둘러싸고 ‘메가딜’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저유가도 교역 증대에 영향
물론 저유가나 강(强)달러도 교역 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를 감산하더라도 유가는 큰 변동 없이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안정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유가가 60달러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40년까지 셰일가스 산유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는 특히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와의 교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러지수도 28일 기준 93으로 올해 초보다 많이 올랐다. 달러 정책은 글로벌 제품의 가격과 무역량을 견인한다. 미국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각국의 대미 수출은 늘지만 다른 국가의 수출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복잡한 함수가 형성된다. 그렇지만 달러 환율이 큰 변동 없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 연구기관은 신흥국 경제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무역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남미 자원수출국의 경기가 침체하고 중국 등 신흥국의 투자가 부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구조적인가 일시적인가
더 구조적으로는 디지털 경제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글로벌 공급이 과잉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함께 불어닥친 보호무역주의가 무역 장벽을 크게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교역량은 다시 늘어났고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공급 과잉을 해결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세계 경제는 제조업이 다시 이끌고 있다. 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이 활용되면서 혁신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조업도 등장하고 무역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다시 수출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반덤핑조사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무역장벽을 치고 있다. 거꾸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출을 막는 규제나 장벽 등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무역은 기업실적을 개선하고 설비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성장의 핵심 열쇠다. 하지만 무역을 이끄는 건 역시 시장이다. 더구나 글로벌로 통합되는 시대에선 더욱 그러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합디다. 그런데 그건 사공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기 말만 말이다’ 해서 그래요. 상대가 누구든 몸을 낮추고 귀 기울이면 버릴 말 하나 없어요. 귀만 열어둬도 분명 더 좋은 곳에 도착할 겁니다.”가끔은 드라마가 더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드라마 시티홀의 한 장면에서 말단 공무원이 시장이 돼 돌아왔을 때 시의회 의장이 조언을 건네는 장면을 보고서 나는 묘한 기시감에 빠졌다.그 기시감의 뿌리를 오래전 기억에서 찾았다. 들어줄 사람을 찾아 헤매야 했던 그때, 그날들의 기억.당시 나는 평범한 가정의 아내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녹색 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꼬박 9년, 아이들과 통학을 함께했다. 그렇게 학교와 지역의 일을 소소하게 돕던 그때, 통보 하나가 떨어졌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가 하루아침에 국립에서 공립으로 전환된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내려진 것이다. 행정 편의에 따라 이뤄진 일방조치였다. 방침 하나로 공교육의 산실인 학교를 허물어지게 둘 수 없었다. 부당함을 전달하려면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사방을 뛰어다니다가 지역 국회의원을 만났다.내 말을 들어준다고 해서 문제가 당장 풀릴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동아줄을 잡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이게 내가 느낀 첫 정치의 효용감이었다. 나는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 정치의 필요를 발견했다. 그렇게 평생 무관할 것 같았던 정치가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이후 정치를 돕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주저했다. 과연 정치가 내 일이 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자문했다. 그때 그날 내가 경험한 정치의 효용을
세계를 놀라게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혁명이 시작된 지 2년여가 지나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AI 패권전쟁이 점입가경이다. AI는 이제 국가와 기업의 미래 명운을 좌우할 핵심 전략기술로 부상했다. 시장 지배력과 물적·인적 자원에서 절대적 열세인 한국으로서는 무모한 전면전보다 우리의 강·약점, 기회·위협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기반을 둔 현명하고 실속 있는 국가 AI 전략이 시급하다. 일본 대함대를 대양이 아니라 좁은 울돌목에 끌어들여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과 같은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결론적으로 한국의 AI 전략은 철저한 ‘선택과 집중’이어야 한다. 우리의 강점 분야에 집중해 세계 최고 수준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정부 부처나 산학연 각계 전문가 그룹은 자기 분야를 앞세우는 이기주의와 모두 하겠다는 무모한 이상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 AI 전략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미국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중국 딥시크의 량원펑 최고경영자(CEO)의 선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AI 역량을 가진 중국도 자국 특유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AI 전략은 외부 환경 및 내부 역량의 정밀 분석을 바탕으로 분야별로 ‘빠른 추격자’와 ‘선도자’ 전략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 먼저 크게 보면 AI 원천기술은 빠른 추격자 전략, AX로 불리는 AI 대전환은 선도자 전략이 필요하다. AI 원천기술에서는 투자, 인프라, 인력 면에서 우리가 추종하기 어려운 압도적 ‘쩐(錢)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 중국과의 전면 경쟁보다 최근 딥시
1996년 미국 라이프지에 나이키 축구공을 한땀 한땀 바느질하는 한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이 실렸다. 소년의 나이는 12세, 그의 시급은 6센트에 불과했다. 이 보도 이후 나이키는 미성년자 노동 착취를 일삼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혔고, 세계적인 불매운동에 시달려야 했다.20여 년 후인 2018년 나이키는 또 한 번의 보이콧을 겪는다.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과잉 진압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한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보수 성향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행보가 국민 갈등을 부추긴다며 이 회사가 만든 신발을 모아 불태웠다. 당시 1기 행정부를 이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끔찍한 메시지”라며 불매운동을 부추겼다.나이키의 사례는 보이콧 패턴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대다수 소비자가 공감할 만한 흠결이 드러났을 때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보이콧의 타깃이 된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22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SNS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올린 후, 진보 성향 소비자들이 신세계 계열사를 겨냥해 불매운동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마 위에 오른 기업은 테슬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영향이다. 트럼프가 탐탁지 않은 진보 성향 소비자는 물론 DOGE 출범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 공무원들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보이콧은 거칠기 짝이 없다. SNS가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도 ‘무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뉴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