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을 방문했다. 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지 9일만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만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진 피해 대책을 약속하면서 따뜻한 유머로 이재민들의 마음을 풀어줬다.

첫번째 방문지는 포항여고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아이돌과 다름 없는 환호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원래 평소 실력보다 (시험을) 못치는 것이 정상이다. 워낙 중요한 시험이고 긴장되니깐. 우리 사는게 그렇다”며 “내가 정말 시험 잘쳐서 우리 어머니 또 아버지에게 기쁨 드려야겠다, 칭찬 받아야겠다, 욕심 부리지 말고 그저 평소 실력대로만 하자,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주면 훨씬 마음도 편해지고 결과도 훨씬 좋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는데 가장 큰 걱정이 수능이었다”며 “수능을 연기하는 것은 중대한 일이었다. 수능일이 미리 고정돼 있어 거기 맞춰서 대학별 입시 일정, 학사 일정 다세우고, 학생들 성형수술 같은 것도(계획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연기 결정 내린 후 나머지 학생, 학부모들이 불평할만 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능 연기결정을 지지해주고, 포항 학생들 힘내라고 하셨다. 이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있어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늘 소수자들을 좀 함께 배려해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외숙 법체처장이 포항여고 출신”이라며 “저하고 오랫동안 변호사 활동을 해서 포항여고 자랑을 많이 들었다. 명문여고라는 자부심을 가져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나그네’로 3행시를 짓기도 했다. 학생들이 ‘나’라고 첫번째 운을 띄우자 문 대통령은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그’라고 외치자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라고 했고, 학생들은 “네”라고 동시에 외치며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은 “사실 짜고 한 건 아닌데요. 선생님이 미리 가르쳐 주셨어요”라고 말해 학생들이 크게 웃었다.

문 대통령은 지진 피해 주민이 임시로 입주한 임대아파트를 찾아 설명을 들으면서도 유머를 선보였다. 한 관계자가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1년 전에 지진이 있었는데 아직도 이재민이 집에 못 들어가고 응급 컨테이너 시설에서 지낸다”다고 하자 “우리가 아직 지진에 대한 대비가 안돼 있어 그렇지 하면 우리가 좀 빠르죠”라고 말해 함께 있던 주민과 관계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