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 주변 지각에 남아있던 에너지 해소
빈도·규모 점차 줄어들어
"작년 경주 지진 때는 1주일 뒤 큰 여진 발생
안심하기엔 일러" 분석도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규모 5.4 지진 이후 이날 오후 3시까지 관측된 마지막 규모 2.0 이상 지진은 오전 8시25분 포항 북구 북쪽 8㎞에서 일어난 규모 2.1 지진으로 나타났다. 바로 앞서 일어난 지진은 그보다 약 7시간 이른 이날 오전 1시17분 포항 북구 북서쪽 6㎞에서 관측됐다. 전날인 16일 오후 7시5분에 포착된 규모 2.4 지진이 일어난 지 6시간 만이다.

기상청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여진 발생 빈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다시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본진 발생 1주일 뒤 규모 4.5의 큰 여진이 발생했다”며 “당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서 당분간은 긴장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진은 강한 본진이 일어나 진원지 주변 지각에 힘이 재배치되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강한 본진이 일어난 뒤 여진을 통해 남아 있던 에너지가 해소되면서 점차 규모와 빈도가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일어난 뒤 지난 8월까지 여진만 2229회나 일어났다. 1년 넘게 여진이 계속된 건 한반도 지진관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승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장은 “경주 지진의 사례를 비춰보면 하루 이틀 새 여진 횟수가 잠시 준다고 여진 빈도가 줄었다고 단정짓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진동에너지가 몸으로 느끼는 정도인 진도와 빈도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규모 5.4 지진이 본진이 아니라 더 큰 지진에 앞서 온 전진일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이렇다 할 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진과 본진, 여진을 구분하려면 일정 기간 일어난 전체 지진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가장 큰 지진이 본진, 이보다 앞서 온 작은 지진이 전진, 본진이 일어난 이후에 일어난 작은 지진을 여진으로 구분한다.
2009년 이탈리아의 문화재 도시 라퀼라시에서 일어난 규모 6.3 지진은 실제 본진이 일어나기 전 6개월 동안 수백 차례 일어난 지진을 무시했다가 피해가 커졌다.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도 이틀 전 규모 6.5 지진이 나자 이를 본진으로 해석했다가 규모 7.3 지진이 오면서 큰 피해로 이어졌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이 주변의 어떤 지각에 힘을 미쳤는지 여진 분포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면서 “이 지역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높지만 그렇다고 이번 지진을 계기로 더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박근태/박상용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