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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미국 제조업 일자리 늘어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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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성 따라 움직이는 임금 보상
    높은 이동성 등 유연한 노동시장
    디지털화·융합 통한 경쟁력 제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지난 1년간 제조업 일자리가 15만6000개 늘었다. 기업 투자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분기 제조업체 설비투자는 2014년 초 이후 최고치인 14.8%(전기 대비 계절조정 연율 기준) 증가했고, 2분기 설비 투자도 2년 만의 최고치인 8.8%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 제조업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효과’라는 말이 등장한다. 하지만 기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움직여 제조업 분위기가 살아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격차 축소, 제조부문의 기술 진보 등 복합적 요소가 제조업을 돕고 있다”는 공구 제조사 스탠리블랙앤드데커 최고경영자인 제임스 로리의 관찰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전문가 가운데서도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 증가 요인을 노동시장과 혁신 측면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먼저, 미국만큼 생산성에 따른 임금 보상체계가 잘 작동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노동시장은 경기사이클과 함께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높은 이동성과 유연성을 자랑한다. 불경기에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마찰이 적은 만큼이나 호경기가 오면 새 일자리에 따른 고용회복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이 ‘디지털 전환’ ‘융합’ 등을 통해 혁신에 성공하고 있는 점이 추가된다. 결국 노동시장과 혁신이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세금 감면, 규제 완화가 더해지니 시너지가 배가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제조업은 미국과 정반대다. 정부는 베트남에 나간 삼성전자 등에 국내로의 공장 이전을 타진하지만 저생산성에 임금이 11배나 높은 한국으로 돌아올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통상임금 논란까지 겹치면서 국내에 남은 기업마저 밖으로 나갈 판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현실과 동떨어진 파견법 등 노동시장은 오히려 더 경직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도 막연한 구호만 넘칠 뿐 제조업 혁신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제조업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으니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고용절벽’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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