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몇 년 전 노스페이스 패딩은 ‘등골 브레이커’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중고등학생의 교복’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던 이 옷을 사주는 부모의 부담을 표현한 말이다. 6년 만에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는 옷이 등장했다. ‘벤치다운’이라고 부르는 롱패딩이다. 인기는 노스페이스 패딩에 버금간다. 인기있는 모델은 구할 수가 없다. 작년보다 10배 더 팔린 브랜드도 있다. 업체들은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일부 학교에서는 고가 제품이라며 패딩 착용을 금지해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39만원짜리 패딩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지난 12일 하루 동안 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일 44억원으로 하루매출 신기록을 달성한 지 1주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 회사는 지난달 월매출이 30% 증가한 데 이어 이번달엔 월매출 6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롱패딩 인기 덕분이다. 이 중 39만원짜리 ‘레스터’는 전국 어느 매장에서도 블랙과 네이비 색상 100사이즈를 구할 수 없다. 화이트 색상도 큰 사이즈만 남아 있을 정도로 인기다. 기다려서라도 레스터를 사겠다는 사람만 7만8000여 명에 달한다. 예약주문을 받은 뒤 순차적으로 21만 장을 더 판매할 예정이다.

'등골 브레이커' 노스페이스 논란 6년 만에…중·고교생 '롱패딩 열풍'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도 롱패딩을 없어서 못 팔고 있다. 대표 제품인 ‘구스벤치다운’은 보온성이 높고 가벼운 데다 심플한 디자인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39만9000원이다. 블랙과 화이트 색상은 전 사이즈가 품절돼 지금 주문하면 12월 중순에야 받을 수 있다. 네이비도 일부 사이즈만 판매 중이다. 데상트는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는데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다.

LF도 롱패딩 판매가 작년보다 10배 늘었다. 라푸마 브랜드의 ‘레오2 벤치다운’ 판매가 급증한 덕이다.

이런 인기는 패션계에 부는 ‘스포티즘’ 열풍과 겨울엔 따뜻한 게 최고라는 ‘실용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운동복이 일상복이 되는 스포티즘은 세계 패션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겨울 혹한 예보에 온몸을 감싸는 롱패딩 수요가 늘었고, 스타들의 촬영장면이 공개되면서 유행에 불을 붙였다는 게 패션업계의 분석이다. 야외촬영 대기시간에 보온용으로 잠깐 입던 벤치다운을 시청자들이 하나의 패션으로 해석한 것이다.

◆‘롱패딩 착용금지령’까지

데상트
데상트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교복 위에 입기 좋은 따뜻한 롱패딩을 아이들에게 사주고 있다. 더 비싼 코트보다 30만원대의 따뜻한 롱패딩 한 벌이 더 실용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롱패딩이 패션계를 장악하기 시작하자 논란도 일고 있다. 일부 중·고등학교가 ‘착용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가의 제품이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네티즌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던 노스페이스는 가격이 비싸서 그랬다지만 이건 좀 과하다” “교복보다 싼 30만원대 롱패딩도 못 입게 하는 게 말이 되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2011년 논란을 일으킬 당시 가격이 60만~80만원대였다.

착용 금지령을 내리는 학교가 늘어나자 중·고등학생들도 온라인에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OO여고도 롱패딩 금지시켰다” “선생님이 사주는 것도 아니면서 비싸다고 입지 말라는 건 어불성설” “교복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면서 추워서 입는 옷을 왜 금지하냐”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교복도 재킷, 조끼, 블라우스, 치마 등 여러 벌을 구입하다 보면 롱패딩보다 훨씬 비싸다는 지적도 많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