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은 지난 19일 밤 애경산업의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 제품(에센스 커버팩트 한정판 8.5)을 방송에 내보냈다. 한 시간 동안 1만8050세트가 팔렸다. 주문액은 12억원. 목표(1만1000세트)를 약 60% 초과 달성했다. 주문 폭주로 방송이 일찍 끝나자 쇼호스트인 배우 견미리 씨가 다른 출연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에센스 커버팩트가 2013년 9월 GS샵에서 처음 방송될 때만 해도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홈쇼핑 업체가 프라임시간대에 에센스 커버팩트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방송 때마다 ‘완판’돼 에센스 커버팩트는 홈쇼핑 회사들엔 ‘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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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 납품하는 업체는 대부분 ‘을’ 처지다. 한 번이라도 더 방송 기회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탁월한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홈쇼핑업계를 쥐락펴락하며 황금시간대(밤 10~11시)를 장악하는 상품도 있다. 애경의 에센스 커버팩트, 한샘의 키친 및 가구,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등이 그런 상품이다.

‘견미리 팩트’로 불리는 에센스 커버팩트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판매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애경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2017년 10월 말까지 에센스 커버팩트는 TV홈쇼핑에서 434회 방송됐다. 누적 판매량은 500만800세트, 누적 매출은 3501억원에 달한다. 팩트 5개가 1세트(6만9900원)로 구성돼 있어 낱개로는 2500만2000개나 팔렸다. 개당 판매가가 높지 않은데도 홈쇼핑 업체들은 에센스 커버팩트의 제품력이 대박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제품에는 ‘에센스 포켓기술’을 적용했다. 파운데이션에 고농축 수분에센스가 68%나 들어 있게 한 비결이다. 독특한 제형에 촉촉함과 커버력도 갖춰 쿠션이 대세를 이루는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경산업 관계자가 이 제품에 대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재구매율이 높다는 얘기다. 홈쇼핑 업체들이 이런 제품을 놓칠 리 없다. 에센스 커버팩트 방송의 약 70%가 프라임시간대에 편성되고 있다. 한정판으로 제작한 시즌 8.5는 지난 9월 이후 13회 홈쇼핑 방송에서 완판됐다.

한샘의 키친과 가구는 건당 주문액이 200만원 이상이다. 주문액, 매출 등 실적 목표를 맞춰야 하는 홈쇼핑 업체들로선 없어서는 안 될 상품으로 통한다. 한샘은 부엌 소파 침대 붙박이장 욕실 침구 등 가구와 생활용품을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한샘 상품은 홈쇼핑 방송을 108번이나 탔다. 연간으로는 400회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초 GS샵이 2시간가량 편성한 한샘 부엌 주문액이 74억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CJ오쇼핑도 최근 한샘 ‘유로아일랜드 스페셜 키친’ 방송에서 목표의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을 거뒀다. 홈쇼핑업계의 유치 경쟁이 불 붙으면서 한샘의 홈쇼핑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11년 208억원에서 지난해 184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인삼공사의 정관장도 팔고 싶어도 더 팔 수 없는 대표적 상품이다. 백수오 파동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홍삼은 믿을 만하다’는 인식 때문에 정관장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홈쇼핑업계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정도다. 750개 가맹점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인삼공사가 홈쇼핑에 제품을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탓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주 판매 채널인 가맹점 백화점 마트 등에 공급하는 물량이 많다 보니 홈쇼핑은 물량을 확보해 방송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