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캠리는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바뀐 전면부 '킨 룩' 스타일과 커다란 그릴 모양이 시선을 끈다. (사진=한국도요타)
신형 캠리는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바뀐 전면부 '킨 룩' 스타일과 커다란 그릴 모양이 시선을 끈다. (사진=한국도요타)
일본 도요타자동차 '캠리'를 타는 사람들은 대략 두 부류로 나뉜다. 내구성 좋기로 소문 난 일본차를 신뢰하는 부류, 또는 연료 효율이 뛰어난 가솔린 하이브리드 세산을 선호하는 부류가 캠리를 탄다.

유럽차 브랜드와 디젤 세단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게 캠리는 애초 쇼핑리스트에 끼지도 못한다.

8세대 신형 캠리는 3590만원(가솔린), 4250만원(하이브리드)의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이 가격이 결코 비싸게 보이지 않는 소비자라면 캠리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운전자 상당수는 쏘나타 혹은 그랜저와 비교하면서 캠리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캠리가 그동안 글로벌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한국에서 고전했던 이유다.

한국도요타가 이달부터 신형 캠리 판매에 나섰다. 영업 목표는 매달 500대씩 팔겠다는 것이다.

캠리는 구매력이 가장 높은 중형세단 차급에 속해 있다. 하지만 국산 메이커와 가격 경쟁이 쉽지 않다는 점을 도요타 측도 시장 분석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신형 캠리를 월 평균 500대만 팔고 만족할 것인가. 많이 팔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캠리 선호도가 쏘나타나 그랜저보다 높지 않기에 매달 500대씩 꾸준히 팔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8인치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센터페시아 조작 패널 부위가 7세대 캠리보다 상당히 잘 다듬어졌다.
8인치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센터페시아 조작 패널 부위가 7세대 캠리보다 상당히 잘 다듬어졌다.
지난 23일 서울과 청평을 오가는 구간에서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를 약 1시간 가량 몰아봤다.

시승하면서 느낀 것은 8세대 캠리의 존재감은 분명 7세대 캠리보단 강했다는 점이다. 마케팅만 잘 된다면 매월 500대는 충분히 팔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디자인 변화가 호감도를 높인 데다 상당히 기본기가 튼튼해서다. 고속 주행에서 단단해진 주행 반응과 코너링에서 탄탄한 하체 움직임이 이전보다 꽤 '짱짱해진' 느낌이었다.

노면 진동과 바깥 소음을 잘 차단한 정숙한 승차감은 마치 2000만원 이상 비싼 렉서스 ES300h를 타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주행시 하체 반응과 핸들링은 굉장히 묵직해졌다. 청평호가 내다보이는 국도 와인딩 구간에서 거칠게 스티어링 휠을 돌렸는데 차는 매끄럽게 돌아나왔다.

캠리는 전·후륜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을 이전까지 맥퍼슨 스트럿 방식을 고집했다. 이번에 후륜은 요철 등을 지날 때 더 반응이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는 더블 위시본으로 바꿨다.

도요타 관계자는 "새로워진 플랫폼을 비롯해 엔진, 서스펜션 등 많은 부분을 뜯어고쳤다"며 "그동안 '논 럭셔리(Non Luxury)'였던 캠리가 8세대에 와선 거의 고급 세단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물론 인테리어 고급감이나 디테일 면에선 ES를 따라가진 못했으나 서스펜션이나 핸들링 반응만 놓고 보면 '멋지게 돌아온' 캠리의 변화는 충분히 감지됐다.

캠리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차체 뼈대부터 파워트레인까지 체질을 90% 이상 바꿔서다. 신형 2.5L 직렬 4기통 엔진은 전기모터 출력을 포함 총 211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확보했다.
신형 캠리는 차체 전반을 저중심 설계로 뜯어고쳤다.
신형 캠리는 차체 전반을 저중심 설계로 뜯어고쳤다.
신형 캠리의 상품 변화는 도요타의 신규 플랫폼(TNGA)에서 이뤄졌다.

4세대 프리우스에서 먼저 도입한 TNGA의 핵심은 저중심 설계와 차체 비틀림 강성 강화를 꼽을 수 있다. 보다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감을 주고 승차감과 정숙성을 더 보완했다.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추고 몸집을 키워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먼저 바닥 높이가 이전 캠리보다 20㎜ 낮아졌다. 전고는 1445㎜로 25㎜ 낮아졌다. 전장은 4880㎜로 30㎜, 전폭은 1840㎜로 20㎜ 각각 커졌다.

특히 운전석 시트의 엉덩이가 닿는 위치를 아래로 낮추면서 전반적으로 물렁하던 캠리의 운동 능력을 다부지게 만들었다.

실내 공간도 좀더 넉넉해졌다. 그랜저를 타던 운전자들이 충분히 크기에 만족할 것 같았다. 실내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825㎜로 50㎜ 늘어났다. 그랜저(2845㎜)와 2cm 차이다. 뒷좌석에 앉아봤다. 무릎공간이 꽤 넉넉했다.
신형 캠리 실내 인테리어의 변화 포인트.
신형 캠리 실내 인테리어의 변화 포인트.
주행모드는 에코(ECO), 노멀(Normal), 스포츠(SPORT) 3가지로 구분했다. 대부분 운전은 스포츠 모드로 세팅했다.

시승 코스에서 평균 실주행 연비는 L당 15.8~16.1㎞ 수준으로 나왔다. 시내와 고속 복합 연비는 16.7㎞/L(고속 16.2㎞/L, 도심 17.1㎞/L)로 1등급을 달성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정체 구간이 많은 저속에서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어 연비에 유리한 면이 있다. 시승 코스는 고속 주행 구간과 차량 흐름이 원활한 국도에서 이뤄졌다. 다소 거칠게 운전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주행 연비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운전 재미는 여전히 독일차에 못 미쳤다. 신형 2.5L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CVT) 조합은 도심 운전엔 스트레스가 없으나 순간 가속이 필요할 때는 다소 더딘 움직임을 보였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붕~'하는 엔진소리가 약간은 귀에 거슬렸다.

아쉽게도 미디어 시승행사에선 시승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1시간 동안 운전만 하면서 신차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신형 캠리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2박3일간 꼼꼼하게 다시 시승해 보고 싶은 차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