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 당시 옛 소련 정부는 당시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부통령 등이 배후라고 의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련은 또 공산주의자였던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로 인해 미국의 핵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

이들 문건은 암살과 관련해 에드거 후버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몇 년치 메모부터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을 보면 암살범으로 지목된 오즈월드는 사건 두 달 전 멕시코에서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 요원(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영사)과 접촉했다. 오즈월드는 미 해병대 복무 시절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공산주의에 심취해 소련으로 망명했다가 전향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소련을 의심해 스파이를 통해 소련 측 움직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소련 내부는 케네디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암살 음모 뒤에 미 군부 내 극우파나 부통령인 존슨이 있을 가능성을 걱정했다. 소련은 즉시 존슨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대통령이 사라진 미국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오즈월드는 암살 혐의를 부인하다 체포된 지 이틀 만인 11월24일 호송 도중 잭 루비라는 댈러스 나이트클럽 주인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후버 당시 FBI 국장은 오즈월드가 살해될 위험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댈러스 FBI 사무소에 살해 가능성을 언급한 전화가 온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막지 못했고, FBI는 오즈월드가 병원으로 실려가자 마지막으로 자백받기 위해 요원을 파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후버 국장은 대중이 오즈월드가 살해범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메모를 남겼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당시 쿠바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제거 작전을 계획한 사실도 밝혀졌다. 카스트로는 1978년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케네디 암살과 관계가 없다”고 직접 말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22일 미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오즈월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런위원회는 이듬해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조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옛 소련 혹은 쿠바 배후설, CIA 개입설, 공범설 등 수많은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날 문서 공개에선 300여 건이 마지막 순간에 빠졌다.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기밀을 해제하지 말아 달라는 CIA, FBI 등의 건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여서다. 이번 공개는 1992년 제정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기록 수집법’에 의해 규정된 보호 시한(2017년 10월26일)이 끝난 데 따른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