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수확하는 쌀의 18%인 72만t을 사들이기로 했다. 전체 매입물량 중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시장격리용(37만t)은 역대 최대 규모로, 처음으로 쌀 초과공급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세금으로 쌀을 매입해 농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초과공급량을 넘어서는 물량까지 매입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1조원 투입해 쌀 72만 매입한다
◆또 세금 들여 쌀 사주는 정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해외공여용 쌀 35만t, 시장격리용 37만t 등 72만t을 매입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0만t 감소한 400만t에 머물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매입량을 지난해보다 3만t 늘렸다.

특히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사들이는 시장격리용 37만t은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예상 초과공급량(10만~20만t)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시장격리용 쌀 매입에 나선 것은 쌀값이 과도하게 떨어져 농가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쌀값은 2013년 17만원대(80㎏)에서 2014년 16만원대, 2015년 15만원대, 2016년 13만원대로 떨어진 뒤 올해엔 12만원대까지 하락했다가 겨우 13만원대를 회복했다. 김 장관은 “쌀값이 20년 전 수준과 비슷하다”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쌀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늘어서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지난해 61.9㎏으로 줄었지만 생산량은 같은 기간 약 400만t에서 420만t으로 늘었다.

시장 논리로 보면 쌀값 하락은 필연적이지만 정부는 농심(農心)에 휘둘려 매년 세금으로 쌀을 사주고 있다. 이 탓에 정부의 쌀 재고량은 206만t(8월 말 기준)에 달한다. 쌀 매입에 들어가는 재정은 지난해 약 8970억원(매입 후 3년간 관리비 등 포함)에서 올해 약 9360억원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농민단체는 불만이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쌀 100만t은 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쌀값이 ㎏당 3000원(80㎏ 기준 24만원)이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농민단체 요구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초과공급량을 넘어서는 물량까지 매입하는 것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쌀 생산조정제

정부도 고심이 크다. 이번 쌀 매입물량을 놓고도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초과공급량을 넘어서는 물량까지 예산으로 매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였지만 결국 농식품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는 고육지책으로 우선 복지용·사료용·가공용 쌀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 식량원조 등 수요 발굴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는 쌀 공급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생산조정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2019년까지 쌀 생산량을 약 50만t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쌀 공급과잉에 따른 비용을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