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에 임원·3개 증권사 사장 거친 '증권통'
"노조와의 화합 통해 조직 추스르겠다"
지주 사장에 박재경…부산은행장엔 빈대인
BNK금융은 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김 전 부회장과 박 회장 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제연구소 대표 등 3명의 후보 가운데 김 전 부회장을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임추위는 김 전 부회장과 박 회장 대행을 놓고 세 차례 회의를 연 끝에 김 전 부회장을 낙점했다.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재 부산대 교수는 “BNK금융을 개혁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종합적인 역량과 덕목을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며 “자회사들과 소통·화합, 은행산업의 미래 비전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오른다. 김 내정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선 노동조합과의 화합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를 중심으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혁해 나가겠다”며 “지역 산업 발전 및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룹 내 은행, 비은행 간 시너지를 확대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등을 적극 공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부산상고와 부산대를 졸업했다. 1977년 부국증권에 입사, 1981년 이사로 승진하면서 35세부터 임원이 됐다. 1998년 부국증권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현대증권 사장,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냈다. 오랜 기간 금융업계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김 내정자의 리더십이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지난 4월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성세환 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이어져 온 ‘CEO 공백’은 끝나게 됐다. 그동안 BNK금융은 박재경 부산은행 부행장을 회장 대행으로 선임해 비상 경영을 펼쳐왔다. 임추위는 경영 공백 장기화로 지난 7월 회장 교체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회장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
당초 회장 후보는 내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될 예정이었지만 임추위가 공모를 선언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전·현직 부산·경남은행 출신과 외부 인사 등 16명이 줄줄이 지원해 과열 경쟁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지난달 임추위는 검증 절차를 거쳐 회장 후보군을 8명으로 압축했고, 다시 3명으로 줄였다. 지난달 17일 최종 면접 후 회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임추위원 간 논쟁으로 최종 후보 선정이 두 번 미뤄졌다 세 번째에 결론이 났다.
김 내정자가 회장에 취임할 때까지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은행 노동조합 및 지역 사회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부산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BNK지주 회장에 내정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을 막는 방법을 강구하고 출근을 저지하며 총파업도 불사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박 대행은 BNK금융 사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BNK금융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무리 없이 BNK금융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부산은행도 이날 오후 임추위를 열어 빈대인 부산은행장 직무대행, 김석규 경남은행 부행장, 성동화 부산은행 업무지원본부장 등 3명의 행장 후보자 가운데 빈 대행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빈 대행은 동래원예고, 경성대를 졸업한 뒤 1988년 부산은행에 입사했다. 비서팀장, 인사부장, 신금융사업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고 지난 4월부터 부산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아 왔다.
윤희은/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