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1979년 양국이 미사일 지침에 처음 합의한 지 38년 만에 우리 군의 탄두중량 제한이 사라지게 됐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군사비밀로 분류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양국 합의로 정해지지만 형식상 한국 정부의 정책 선언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나 동의는 필요 없다. 박정희 정부 시절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마련됐으며,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두 차례 개정됐다.

우리 군과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야말로 ‘미사일 주권’을 위한 역사적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렸지만, 800㎞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500㎏으로 제한됐다. 500㎏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위력이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탄두 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리면 지하 수십m 깊이에 구축된 시설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실험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은신처 등 주요 시설이 지하에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독자적 대북 보복 응징의 위력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은 사거리 300㎞인 ‘현무-2A’와 500㎞인 ‘현무-2B’, 800㎞인 ‘현무-2C’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무-2A와 현무-2B는 실전 배치됐고, 현무-2C는 지난달 24일 마지막 비행시험을 마친 뒤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우리 군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최대 2t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탄두 중량 2t의 미사일이 개발되면 미국의 GBU-28 레이저 유도폭탄(탄두중량 2.2t)보다 2∼3배의 파괴력과 관통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합의가 향후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합의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탄두중량 제한 해제와 사거리 연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영공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