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가격 1년 만에 3배 급등
식품업계, 중국산으로 대체
대형마트에서도 자취 감춰

◆마트에서도 사라진 국산 팥
설빙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도 지난 4월부터 빙수에 국산 팥 대신 중국산 팥을 쓰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국산 팥은 종적을 감췄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부분 마트에서 판매하는 국산 팥 물량이 점점 줄더니 얼마 전부터 롯데마트는 국산 팥 판매를 중단하고 캐나다산 등 외국산만을 판매하고 있다.

팥 가격이 치솟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께다. 전년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고물량이 바닥나자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도매시장에서 팥 가격은 상품(上品) 기준 40㎏당 61만5000원에 거래됐다. 작년 이맘때는 21만500원이었다. 1년 만에 가격이 세 배 폭등했다. 한 달 전에 비해서도 2.9%가량 가격이 올랐다. 팥 가격을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상기후에 수확량 급감
팥 가격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수확량이 줄어서다. 지난해 8~9월의 이상기후가 문제였다. 팥꽃이 피어야 할 시기에 이상고온과 폭우로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매년 조금씩 늘어났던 팥 재배면적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팥 재배면적은 3505㏊로 전년 4883㏊에 비해 28.2% 작아졌다. 농촌업계 관계자는 “일부 농가는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의 30% 수준에 머물기도 했다”며 “실제 생산면적이나 생산량은 통계로 집계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은 줄었는데 팥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디저트 시장이 커지면서 빙수 등을 파는 디저트 카페나 ‘추억의 단팥빵’ 등 팥을 이용한 먹거리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팥 가격이 안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송석보 농촌진흥청 연구사는 “올해 날씨는 아직까지 팥을 재배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작황이 예년 수준을 회복한다고 해도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상 팥 가격이 다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2~3년가량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