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각각 대표하는 담배회사 KT&G와 재팬타바코(JT·일본담배산업주식회사)는 동병상련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한국과 일본시장에서 각각 60%대의 점유율로 1위 업체다. 자국 시장에서 해외 담배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글로벌 '맞짱 기업' 주가 리포트] KT&G vs 일본 재팬타바코(JT)
◆아이코스 도전에 휘청거리는 JT

JT는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27% 증가한 1643억엔(약 1조69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분기에 실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JT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아직 불안하다.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것인지, 실적이 반짝 개선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JT는 작년 중순부터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겪었다. 작년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95%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4분기에 9.68%, 올해 1분기에 26.87% 줄어들었다. JT는 올해 예상 담배 판매량을 930억 개비로 잡았다. 작년보다 12.4% 감소한 수치다.

JT가 어려움을 겪는 데는 작년 4월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일본 전역에서 판매에 들어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코스는 2분기에 일본 담배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에서 건강을 생각해 금연 인구가 늘어나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일본 담배시장이 13%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요인으로 JT는 일본 증시에서 고전 중이다. JT는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작년 5월24일 4224엔으로 전고점을 찍은 이후 1년 이상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24일엔 3717엔으로 장을 마쳤다. JT는 작년 3월 자체 개발한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후쿠오카 지역에서 시범 판매하면서 수성에 나섰다. 그러나 생산라인이 부족해 본격적인 판매 확대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게걸음하는 KT&G

지난 5월 말 아이코스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 한국거래소에서 KT&G도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가열 전자담배 ‘글로’를 최근 한국에서 선보였다.

지난 3월23일 9만5600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KT&G는 6월 하순 12만원대까지 오른 뒤 추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주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KT&G가 전자담배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새 전자담배를 연내에 선보인다는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수급 측면에선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다. KT&G 지분 7.5%를 보유한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KT&G 주가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고배당은 매력

JT는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 담배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JT는 인도네시아의 담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두 곳을 총 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사토시 후지와라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세계 2위 담배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JT의 시장점유율은 0.1%에 불과했다”며 “이번 M&A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JT는 지난달에 필리핀 2위 담배회사인 마이티를 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KT&G도 해외 판매량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상반기 KT&G의 해외 담배 판매량은 281억 개비였다. KT&G는 올해 작년에 달성한 역대 최대 해외판매 실적(487억 개비)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가 고배당 정책을 쓰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KT&G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주당 3600원을 지급했다. 연간 배당성향은 36.9%다. 1999년 상장 이후 한 번도 배당금을 줄인 적이 없다.

JT는 지난해 주당 130엔(약 136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55.2%였다. JT는 올해 주당 140엔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