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판단력·책임의식 키우는 계기돼야
'원스톱 서비스' 행정 혁신으로 이어지길
첫 ‘보고 주제’는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 조성방안’이었다. 논쟁이 만만찮은 사안을 먼저 테이블에 올렸다는 점에도 눈길이 가지만, 유관부처 간 토론으로 진행한 업무보고 형식이 오히려 더 주목된다.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책 두 가지만 택해 보고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일일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뒤 ‘청와대 신임’을 내세워 기관 입장을 밀어붙이는 게 우리 공직의 오랜 습성이었다. 문제는 그런 관행이 ‘부처 이기주의’의 출발점이 되고, ‘책임 장관’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며, 때로는 만기친람형의 ‘과장급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부처 스스로 판단력과 책임의식을 더 키우는 것은 행정 선진화에 필수다.
보고는 10분으로 끝내도록 하고 토론시간을 길게 잡은 것도 의미있다. “이를 통해 부처 간 상호이해와 협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대로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부처 간 칸막이’ 문화야말로 대표적인 행정적폐다.
부처끼리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하는 얘기가 또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같은 부처에서도 국(局) 간 의견이 달라 민원인들 애로가 적지 않다는 경제단체나 각종 협회의 문제 제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근래 수십 개로 줄었다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공장 건설에 필요한 관청 도장이 수백 개’라는 규제 보고서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조세, 법령관리 등을 비롯해 행정의 많은 부분이 전산화됐고 정부 내부에서 공유도 된다. 통신·교통의 발달로 정부 내 업무소통 여건도 좋아졌다. 굳이 ‘내 업무, 내 권한’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부처 간, 부서 간 협력을 강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만이 아니다. 행정 민원이 접수되는 순간 정부 쪽 사항은 공무원끼리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로 가는 게 맞다. 칸막이 행정 문화가 해소된다면 새 정부의 큰 성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