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신흥 법조타운 된 종로·중구…기업이 바꾼 '서울 변호사 지도'
서울 지역 ‘변호사 지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서초동의 법조타운에서 벗어나 테헤란로, 여의도, 구로디지털단지 등 기업들이 몰린 지역에 사무실을 개업한 변호사가 늘었다. 법원 청사 이전에 따라 자치구별 변호사 등록 수도 크게 바뀌었다.

◆기업 있는 곳에 변호사 있다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2009년 6837명에서 올해 8월 기준 1만3954명으로 약 두 배로 늘었다. 기업 사무실이 즐비한 테헤란로가 관통하는 강남구의 변호사 수는 2009년 1600명에서 올해 8월 3152명으로 증가했다. 중구 또한 같은 기간 864명에서 1429명으로 늘었다. 대기업 본사와 주요 금융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광장이나 세종 등 대형 로펌이 중구에서 몸집을 키운 영향도 크다.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의 변호사 수도 대폭 늘었다. 2009년 232명에서 이달 592명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대거 자리 잡은 구로 지역의 변호사는 8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9년 7명에 불과했던 서대문구 변호사 수는 지평이 2012년 이전을 결정하면서 현재는 185명으로 늘었다.

계속 몸집을 불리며 업계 최대 규모 로펌을 지키고 있는 김앤장이 터를 잡은 종로구에 등록된 변호사는 8년간 636명에서 1190명으로 늘었다.

기업들과 변호사가 이웃사촌이 된 배경에는 대형 로펌의 성장과 기업들의 준법경영인제도 도입이 있다. 기업 자문 업무가 늘어난 대형 로펌들이 기업 고객들과 살을 맞대고 밀착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율촌(대치동), 바른(삼성동), 화우(삼성동) 등 상위권 로펌들이 강남구에 둥지를 튼 까닭이다. 사내변호사가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강남구는 서초 법조타운에서 가깝고 주요 고객인 기업이 많아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큰 규모의 업무용 빌딩도 상대적으로 많아 덩치를 키우려는 대형 로펌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법원 따라 우르르…불황에 임차료 부담

송무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 변호사와 중소형 로펌들은 여전히 법원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서초구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서울 전체의 43.3%(6036명)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서초동 법조타운이 있어서다. 8년 전인 2009년(2748명)보다 두 배 정도로 늘면서 경쟁도 심해졌다.

법원 이전이 변호사 개업 입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 2010년 노원구에서 도봉구로 이동하면서 도봉구 변호사 수는 2008년 4명에서 올해 8월 11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반면 노원구 변호사는 같은 기간 73명에서 20명으로 줄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도 광진구에서 송파구로 옮기면서 변호사들이 짐을 쌌다. 광진구 변호사는 8년 전 88명에서 올해 57명으로 감소했다. 송파구 변호사는 같은 기간 21명에서 220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있는 마포구와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속한 양천구 변호사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혼 전문인 한 변호사는 “주로 일반인을 상대하는 개인 변호사들은 법원 가까이 자리를 잡아야 일감을 더 쉽게 구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주변으로 변호사들이 몰리는 원인은 여전히 ‘물리적 접근성’이 수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서다. 문제는 임차료는 오르는데 변호사 수입은 경쟁 심화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아버지가 법조인으로 사무실을 물려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게 요즘 젊은 변호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헬프미나 로톡처럼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대책으로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변호사법에서 ‘중개 수수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한 법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변호사들이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 개정 등을 적극 검토해 온라인 중심의 시대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