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세입자가 각자 원하는 대로 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전세제도가 없는 외국에도 ‘트러스트 스테이’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 굴지의 로펌에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다 부동산 중개업체 트러스트 부동산 대표로 변신한 공승배 변호사(46·사진)가 임대관리사업에 뛰어들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기간에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과 월세를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트러스트 스테이’를 내놨다.

트러스트 스테이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더 받고 싶으면 연 2.4%, 보증금이 더 필요하면 연 4.75%의 전·월세 전환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북은행과 제휴한 트러스트가 보증금 및 월세를 전용 계좌로 관리하는 까닭에 개인 자금 사정에 맞춰 어느 때나 변경 가능하다. 전·월세 전환율은 한국은행에서 고시한 기준금리에 3.5%포인트를 더한 수치다. 한 번 정해진 전환율은 기준 금리가 바뀌어도 임대 기간에는 고정된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50만원을 받는 집주인이 월세 70만원을 받고 싶다면 1억원을 트러스트에 납부해 보증금을 2억원으로 낮추면 된다. 세입자가 월세 50만원을 내다가 30만원씩 내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로 1억원을 내면 된다. 반대로 세입자가 월세를 89만5000원 올리면 보증금 1억원을 빼서 쓸 수 있다. 공 대표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월세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세입자와 공실을 없애면서도 월세 수입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집주인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트러스트 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자의 대출이자를 절감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공 대표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빼 고(高)금리의 카드론이나 캐피털 대출 등 다른 빚을 서둘러 갚아나갈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나가도 트러스트를 통해 신규 임차인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공실 우려가 낮다. 그는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에 지급해야 했던 복비도 낼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서비스 이용료는 집주인은 월세의 5%, 세입자는 연평균 보증금의 0.22%다.

공 대표는 “부동산 시장 메가트렌드는 결국 직거래로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감안해 모든 현금 유출입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미리 등록한 계좌로만 가능하도록 하는 금융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그는 “국내 부동산 시장엔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서로 원하는 조건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장터가 사실상 없었다”며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임대차 시장을 시작으로 한 뒤 전국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공 대표는 법무법인 광장, 화우 등을 거쳐 작년 1월 트러스트부동산을 설립하고 부동산 중개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