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 강훈 대표가 만든 망고식스는 2011년 당시 커피가 주를 이루던 카페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망고란 과일 자체가 새로웠을 뿐더러 커피보다 비싸지만 건강에 좋은 음료라는 제품 콘셉트가 주효했다.

강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커피가 아닌 과일, 특히 망고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에 대해 "홍콩에서 망고주스 전문점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망고란 과일이 희소 가치가 있는데다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 망고식스는 비슷비슷한 커피전문점들 사이에서 망고 열풍을 일으키며 두각을 나타냈다. 인기 드라마에 PPL을 제공하며 홍보 효과를 본 덕에 국내 매장도 단숨에 130개까지 늘렸다.

2013년에는 중국에 망고식스 해외 첫 매장을 열었고 그해 8월 미국 LA 비벌리힐스점과 중국 상하이, 원저우점을 차례로 선보였다.

망고식스를 운영하던 KH컴퍼니는 2014년 매출 281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계절에 상관없이 마시는 커피와 달리 과일음료의 경우 계절적인 한계가 있었고 비싼 가격도 문제였다.

강 대표는 국내 매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그 돌파구로 해외 사업을 확대했다. 중국, 미국에 이어 몽골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일본으로 나갔고 해외 매장 수를 70개까지 불렸다.

무리한 해외 사업 확장은 2015년부터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KH컴퍼니 매출은 19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10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부진한 점포가 늘면서 국내 매장은 100여개 수준으로 줄었다.

강 대표는 망고식스 위기를 막아보고자 저가음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000원대 과일주스 시장을 선점한 쥬시를 따라 쥬스식스·커피식스 등 소자본 브랜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KH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106억원으로 급락했다. 영업손실도 11억원을 기록했다. KH컴퍼니는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카페 시장에서 강 대표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통할 리 없었다고 지적한다. 차별화한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점포 늘리기를 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강 대표 역시 망고식스에 앞서 카페베네를 운영할 당시에는 지나친 확장 정책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망고식스 설립 초기에도 "프랜차이즈는 300개만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브레이크 없는 가맹점 확장을 경계했다.

문제는 카페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는 틈바구니에서 망고식스처럼 매장 수 100여개 남짓의 중소 프랜차이즈가 설 곳은 없다는 점이다.

싫든 좋든 국내와 해외로 계속해서 확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는 게 업계 얘기다.

중소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A씨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제품으로 경쟁 우위를 갖는 것도 어렵고 빼곡히 들어선 프랜차이즈 브랜드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망고식스 사례에 비춰본 프랜차이즈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좁은 시장 안에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현실 자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난해 기준 339개다. 망고식스와 설빙 등 커피 외 음료를 메인으로 하는 브랜드를 포함하면 479개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국세청이 조사한 전국 카페 월평균 매출을 보면 1370만원으로 전체 업종(3782만원)의 36.2%에 불과하다.

커피나 음료 등 까페 외에 치킨, 피자, 제과·제빵을 포함한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도 포화 상태다.

지난해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5273개 가운데 외식 브랜드가 4017개를 차지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10만6890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대박을 꿈꾸는 프랜차이즈는 또 생겨난다. 올해에만 66개 음료 브랜드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카페 시장은 가맹점 확장으로 수익을 내긴 어렵다"며 "주요 브랜드만으로도 포화 상태여서 소규모 브랜드가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2000년대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이 전성기를 보낸 후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무너진 것이 카페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권민경/김아름/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