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경제 상황을 타파하는 일이 경제 활력을 살리고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는 방안이라고 확신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국정전략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정기획위가 ‘확신’ 속에 발표한 공정경제 방안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공정거래 감시 역량 및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 다섯 가지 국정과제로 구성됐다. ‘불공정 타파’를 명목으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갑질' 잡는 을지로위, 당 기구서 대통령 직속 '격상'
◆을지로위, ‘슈퍼갑’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설치키로 공약한 을지로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됐다. 을지로위는 불공정한 ‘갑을(甲乙)’ 관계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2013년 발족한 당내 기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사정기관과 신설되는 창업중소기업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기구로 설립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국정과제에 따르면 을지로위는 민원을 듣고 정책 방향을 고민하면서 집행기구에 협력하는 역할이지 집행기구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에서는 을지로위원회 역할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에 온갖 사정기관이 참여한 을지로위가 출범하면 형식상으로는 집행기구가 아니더라도 어떤 집행기구보다 강력한 규제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갑질' 잡는 을지로위, 당 기구서 대통령 직속 '격상'
◆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재추진

‘재벌개혁’을 내세운 각종 과제도 다수 포함됐다. 모회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내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것을 허용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추진한다. 경제계는 다중대표소송은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제도”라는 이유로, 집중투표제는 “기업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도 들어갔다. 다만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김 위원장도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 문제 개선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고 했다. 한때 10만 개에 가까웠던 대기업 순환출자는 지난해 말 기준 8개 그룹 96개로 축소됐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소유한 해외법인을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경우 해당 출자현황도 공시토록 의무화된다. 총수 일가가 일본 광윤사 등을 통해 한국 그룹을 지배하는 롯데그룹이 주요 타깃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제계는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현지 합작투자 회사 설립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제들도 도입된다.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은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제한하기로 했다.

◆소비자 집단소송 도입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된다. 기존 징역 5~7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형량을 늘리기로 했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기존 20억원이었던 한도를 없앨 계획이다. 상장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감리주기(감리 대상 기업들이 모두 돌아가며 감리를 한 번씩 받는 데 걸리는 기간)도 25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된다.

소비자 피해구제도 강화된다. 현재 증권 분야에만 있는 집단소송제를 소비자 분야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블랙컨슈머’들의 소송이 남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