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양의 공판에서는 살인교사죄로 공소장 변경을 못한 검찰 측에 '증거확부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증거 확보가 아닌 확보여부라고 덧붙이는 이유는 이미 사건 발생후 우리 사법부에서 미국 측에 요청을 한지 두어달이 지났지만 증거가 남아있는지 여부조차 파악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17세 주범 김양과 19세 공범 박양은 범행 이전은 물론 범행 후 만나고 헤어진 후에도 DM을 주고받으며 수차례 소통했다. 하지만 검찰 측이 확보한 DM은 김양의 휴대폰을 압수하기 직전 두 사람이 주고받은 짤막한 메시지 뿐이다. 이전 데이터는 이미 삭제된 후였다. 급하게 압수당하느라 미처 삭제하지 못한 메시지에는 박양이 "내가 엮일 일은 없나. 폰 압수는 안당했나. 이기적이라서 미안하다"는 등의 메시지와 김양이 "내 정신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경찰에서 연락이 가겠지만 전과 붙는 일은 없게 해주겠다" 등의 대화가 남아 있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미국 법무부에서 (트위터 본사에) 영장제시했고 일단 추출하는데 시일이 소요된다. 데이터가 실제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추출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FBI가 넘겨받아서 증거로 보관여부 대해서도 시간이 걸린다. 일단 이번달 말까지 이야기해달라 했고 늦어도 8월초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DM메시지는 이미 살인죄가 적용된 김양이 아닌 박양의 '살인교사'적용을 검토하는데 핵심 물증이 된다.
지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양은 "박양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혼자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은 박양이 살인을 하라고 지시했다. 살인 후 신체 일부를 가져다 달라했다"고 말했다. 당초 진술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변호인단이 사실을 밝히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도리라고 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범행 전 박양과 키스를 하고 계약연애를 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 박양이 살인을 부추겼다"는 일관된 진술을 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명백한 증거는 확보가 안된 상태. 두 사람을 대화중간에도 수시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만약에 아직 10대인 박양에게 살인교사죄가 적용되면 살인죄로 기소된 김양과 같은 형량을 적용받게 된다. 형법 31조에 따르면 타인을 교사해 죄를 저지르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김양은 아직 성년이 아니라서 미성년자의 최고형인 20년형까지 선고받게 된다.
하지만 박양이 김양의 살인을 교사했다는 핵심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공소장을 살인교사로 변경할 수 없고 박양은 살인방조죄로 김양보다 적은 형량을 받게 된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김양을 증인심문하려고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김양을 증인심문하려는 것은 살인교사에 대한 김양의 진술 때문인데 아직 공소장도 살인교사로 변경이 안된 상태에서 변경을 예상하고 증인신청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공소장부터 변경하고 증인신청을 하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살인방조 여부 있어서도 단순방조가 있고 공동정범 가까울 정도의 가담범위가 있어서 실제 어느정도 가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인신청하겠다"고 재차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는 박양의 재판 증인으로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했던 제3의 인물이 출석했다.
세월호 팔찌를 하고 출석한 이 증인은 "박양이 평소 배려를 많이 해주고 힘들때 다독여줘서 10회 이상 만난 사이다"라면서 ""역할극 활동은 트위터나 카톡으로는 하지만 전화로는 하지 않는다. 전화로 울면서 앞에 사람이 죽어있다고 말한 것은 역할극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도 증인의 "박양이 실제 범행을 한 김양이 울면서 전화한 것을 역할극으로 이해했다고 했는데 평상시 역할극 행태를 볼때 이 상황을 역할극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살인교사죄를 묻고자 하는 검찰 측과 살인방조로 기소된 상태니 박양의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변호인단의 팽팽한 설전이 오갔다.
재판부는 "지금 주범 재판은 트위터 본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면서 "지금 검찰은 공소장 변경할 수 있지않나. 충분히 수사도 했을거고 확인 다하지 않았나. 심판대상이 붕 떠있는 상태다. 심판대상이 확정돼야 재판부도 진행이 수월하다. 검사의 방식은 어떻게 보면 재판절차를 수사절파로 이용하려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판절차 하려면 심판대상 분명히 해야한다. 살인방조로 하든지 교사로 바꾸든 그 절차를 명확히 해라. 방조의 구체적인 역할은 양형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양의 변호인 측은 "이 법정이 피고 방어권 행사 제대로 이뤄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공소장에서는 방조사실에 대해 이미 점검이 충분히 진행됐으며 공소사실 변경 가능성은 잠제적 심판대상에 불과하니 현실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여전히 방조죄다.주범을 다시 이법정에 세운다면 피고 방어권행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아울러 재판장도 말씀한대로 공소장 변경없이 (김양의) 증인신문 허용하는건 형사소송 절차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역공했다.
박양의 최종 결심 기일은 트위터 측의 답변이 오길 기다린 후인 8월 11일로 예정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