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기술혁명은 대부분의 인류를 쓸모 없는 잉여계급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의 지휘권은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갈 것이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신작 《호모 데우스》(김영사)에서 이야기한 인류를 향한 경고는 섬뜩하기만 하다. 전작 《사피엔스》부터 《호모 데우스》까지 젊은 석학은 늘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3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나 신작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13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인간이 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개발 자체를 반대합니까.
“AI 기술의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기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해에 기반한 규제’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지나 공포에 기반한 규제여서는 안 됩니다. AI에는 분명 긍정적 잠재력도 있습니다. 좋은 규제는 반드시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1017년 한국에선 40년 뒤를 예측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는 40년 뒤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시피 합니다. 인간이나 드론이 아니라 로봇을 이용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고, 행정 분야에선 인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더 중요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후대에 이런 혼돈, 무지, 변화의 세계에서 잘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구체적 정보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정신적 균형이나 유연성을 훈련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AI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AI 로봇은 지능뿐 아니라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을 정복하려는 욕망으로 전쟁을 일으키죠. 사람들은 10~20년 뒤 이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합니다. 컴퓨터의 지능이 지난 50년간 놀라우리만치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컴퓨터의 의식’에 관한 기술 개발은 하나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로봇 반란’에 대한 두려움엔 아직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AI로 인해 공장 노동자부터 기자까지 수십억 명이 직업을 잃을 가능성은 큽니다. AI 기술을 소유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빈부 격차 또한 커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 ‘잉여계급’을 위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게 답일까요.
“유럽에서 시작된 기본소득제는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완벽한 답은 아닙니다. 예컨대 섬유산업을 자동화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AI산업이 발달한 한국 미국 등은 흥하겠지만 싼 노동력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방글라데시나 과테말라는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세금을 더 걷어서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게 될 겁니다. 핀란드 국민이 세금을 더 걷어 방글라데시를 돕지 않는 이상 노동집약적 국가에서 일어날 문제는 기본소득제로는 해결되지 못할 겁니다.”
▷세계적 차원이나 국가 간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까요.
“AI와 생명공학 기술이 합쳐지고 20년 정도 지나면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19세기의 일이 다시 재연될 수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차 산업혁명을 먼저 거친 나라는 그렇지 못한 국가를 침략하고 착취했습니다.”
▷하라리의 독서법이 궁금합니다. 명상도 자주 한다고 들었습니다.
“광범위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인류의 행복, 자본주의 역사 등 큰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 미시적인 정보에만 빠져버리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연구나 책에 질질 끌려다닐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두 시간씩 명상을 합니다. 지난해에는 45일간 휴대폰, 인터넷을 전혀 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정신적 균형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다음에 저술할 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사피엔스》에서는 인류의 과거, 《호모 데우스》에선 인류의 미래를 다뤘으니 다음은 인류의 현재에 대한 책을 써보려 합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고소인의 대응을 위해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윤상일 판사)는 지난해 12월 A씨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3일 밝혔다.A씨는 2021년 B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이후 이의신청을 거쳐 검찰에서도 B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이에 A씨는 지난 5월 검찰에 고소장, 피의자 신문조서, 송치결정서 등의 수사기록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소장, 고소인 진술조서 등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 처분했다. A씨는 이에 일부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모두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다.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미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사건으로, 해당 기록이 공개된다고 해도 수사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불기소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대법원이 부동산 신탁계약에서 “부동산 신탁을 맡기는 쪽이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신탁원부에 기재했더라도, 신탁을 맡은 수탁자가 제3자에 대한 관리비 납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경기 시흥의 한 집합건물 관리단 A가 신탁사 B와 시행사 C를 상대로 낸 관리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신탁사 B는 2019년 2월 건물의 소유주인 시행사 C와 5개 호실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B사가 부동산 관리를 맡는 수탁자로, C사가 부동산을 신탁하는 위탁자로 설정됐다. 계약서에는 “위탁자(C사)는 건물의 보존·유지·수선 등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세금과 공과금 등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내용은 신탁원부에도 등재됐다. 신탁원부는 부동산 신탁계약의 상세 내용을 기록해 해당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공시하는 문서다. 그러나 시행사 C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관리비 5500여만 원을 연체하자, 관리단 A는 C사와 신탁사 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관리단 A는 신탁계약으로 인해 건물의 소유주가 된 신탁사 B 역시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1·2심은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부담 주체가 위탁자인 C사로 명시됐고, 해당 계약서가 신탁원부에 등기됐다는 점을 들어 신탁사 B에 관리비 납부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탁사 B에도 관리비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등기된 신탁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층간소음을 사과하고자 집에 찾아온 이웃 여성을 향해 흉기를 들고 협박한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3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호 판사는 특수재물손괴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A씨는 2023년 4월 22일 인천시 연수구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40대 여성인 이웃 B씨의 집 현관문 야구방망이로 내리쳐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이어 A씨는 7개월 뒤 B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사과하려고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흉기를 든 채 협박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 아무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초범"이라며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했고 반성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피해자가 이미 이사해 피고인이 다시 범행할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