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엘리트 검사의 '잔잔한 퇴장'
정현태 대전고검 부장검사(사진) 퇴임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33년9개월의 긴 공직을 마치고 지난 9일 검사복을 벗은 그는 검찰 역사상 15번째 정년퇴직한 검사다. 정년 퇴임은 교사, 행정부 공무원 등에서는 흔하지만 검찰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동기나 후배가 먼저 승진하거나 좌천인사를 당하면 사표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정 전 검사는 지난 19일 검찰 내부 방송망에 올린 퇴임 기념 동영상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한 사건 한 사건이 아주 중요한 사건들”이었다며 “부지런히 하고 열심히 하려 애썼다”고 회상했다.

그는 ‘엘리트 검사’였다. 1983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찰청 공안 1과장과 공안기획관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3차장까지 올랐다. 3차장 시절 휘하의 검사가 피의자를 가혹 행위로 숨지게 한 사건으로 굴곡이 시작됐다. 상관인 그도 책임을 지고 광주고검으로 좌천됐다. 이후 15년간 ‘한직’이 주어졌다.

정 전 검사는 “주춤하다가 세월을 보내서 어떤 의미로 보면 물러날 시기를 놓쳤다”면서도 “동기가 승진한다고 다 물러나 버리면 검사 업무라는 것이 도제 업무 수업하고 비슷한 요소도 많은데 그런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아전인수격적인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