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검사 매뉴얼' 폐지…대출에 시시콜콜 간섭 안해
일본 금융청이 개별 은행대출에 획일적으로 적용해온 정기 금융검사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기업 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1999년 도입한 금융검사 매뉴얼을 폐지하기로 하는 등 막강한 규제권한의 상징이던 금융검사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금융청은 금융검사 매뉴얼을 최소한의 원칙적 내용만 담은 형태로 간소화해 사실상 없앨 방침이다. 은행들의 개별 대출을 두고 시시콜콜 참견하던 기존의 획일적 정기검사 체제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대신 대출 기간 및 시기와 대상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에 대출할 때 담보를 따지기보다 장래성을 중시하는가’라는 식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금융청 장관 직속으로 총무기획, 검사, 감독 3국을 두고 있는 편제도 개편한다. 검사국을 ‘모니터링부’로 개칭한 뒤 올해 감독국과 통합해 한 개의 국에 가깝게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검사관의 명칭도 위화감이 들지 않게 ‘모니터링 오피서’로 바꿀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 노부치가 금융청 장관은 “지금까지 브레이크와 에어백(검사와 감독)만 주시했지만 앞으론 자동차 전체의 성능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청 검사기능은 금융회사를 압박하는 ‘강권’의 상징 같은 존재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불량채권 처리 문제 등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금융청은 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해 금융사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무조건 금융청 지시에 따르면 좋다’는 보신주의가 확산됐다. 기업 대출 등에 소극적이었다. 일본 내 은행들의 대출잔액은 약 480조엔으로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랜 기간 과도한 규제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 탓에 기업 대출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