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속으로] 정치인만 득세할 인사검증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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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문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 등 정치 공세를 일축하면서 “5대 원칙의 후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5대 비리는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 대상으로 꼽아 온 대표적인 ‘반칙들’이다. 고위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다수 국민의 눈높이와도 일치해 대선 때 많은 지지를 받았다. 공약집 맨 앞에 내세운 이유다. ‘반칙 없는 세상’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으로선 인사 원칙의 후퇴를 얘기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 잣대에 밀린 유능한 정부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도덕적 흠결이 없으면서 실력 있는 인사들이 각계에 포진해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현실은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개각 때마다 상당한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 후보자로 낙점한 인사 절반 정도가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스스로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며 대상에서 빼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인재풀은 한정돼 있다.
5대 원칙에 매달리다 보면 정권의 도덕성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유능한 정부’와는 멀어질 수 있다. 검증 통과가 목표가 되면 인재풀은 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능력 있는 인사들의 발탁 기회가 차단돼 적재적소라는 인사 원칙도 지켜지기 어렵다. 결국 상대적으로 검증에서 유리한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의 독무대가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문 대통령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네 명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까지 겨냥한 포석이지만 청문회 통과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의원 추가 입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통령 유감 표하고 국회가 나서야
이 문제는 청와대가 임기응변식 접근으로 풀 사안이 아니다. 야당이 수용할 리 없다. 결국 끝없는 정쟁을 예고한다. 당장 논란이 된 위장 전입과 관련해 2005년 7월을 기준으로 하자는 주장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국무위원 전체로 확대된 때를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지만 이런 논리라면 국가정보원장 등 이른바 ‘4대 권력 기관장’으로 확대된 2003년이나,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2000년을 기준으로 하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자녀의 학군 등과 관련된 위장 전입은 투기 목적과 구분해 봐주자는 여권 일각의 주장도 옳지 않다. 위장 전입은 엄연한 범법 행위로 이를 조장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
유능한 정부의 길을 터주고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청문회는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두고두고 새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인사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밝히고 세부 기준 마련을 국회에 일임하는 게 맞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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