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높은 백 잡은 커제
'흉내바둑'까지 펼쳤지만 155수 만에 불계패
1국에서 한 집 반 차이로 패배한 커제는 초반 포석에서 상대가 두는 수를 대칭 형태로 따라두는 ‘흉내바둑’에 나섰다. 알파고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알파고는 시종일관 침착했다. 첫 승부처는 우상귀 정석이었다. 커제가 흑의 빈틈을 노렸지만 알파고에게 한 칸 씌움을 당하면서 오히려 형세가 나빠졌다. 이날의 백미는 중앙 공방전에서 백의 공세를 피해 중앙으로 한 칸 뻗은 알파고의 119수였다. 최철한 9단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수”라고 평가했다.
커제는 백돌에 강한 기사다. 2015년엔 백으로 34연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커제의 백번 승률은 81%로 흑번 승률(64%)보다 훨씬 높았다. 바둑계에서 제2국을 승부처라고 전망했던 이유다. 이날 TV조선 중계방송에서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은 대국 중반 “커제 9단이 알파고라는 낯선 상대를 만나 평소와 다른 행마를 보여줬다”며 “흔드는 바둑은 인간에게 유효할 뿐, 냉정한 인공지능에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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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문가들은 바둑에선 인간이 AI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셀프 대국’으로 스스로와 대결하고 이를 다음 대국을 위한 훈련 데이터로 활용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AI에 실수를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맞붙은 종전 버전과 3점 접바둑을 둘 만큼 강력해진 상태다.
26일엔 알파고와 인간이 한 팀이 된다. 구리 9단과 롄샤오 8단이 각각 알파고와 팀을 이뤄 복식전을 치른다. 같은 날 오후엔 세계대회 우승자 5명이 한 팀이 돼 알파고와 맞붙는다.
최진석/송형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