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SUV ‘켄보600’ 한경DB
한국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SUV ‘켄보600’ 한경DB
중국 자동차 기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진 해외 유명차 업체를 인수해 저가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최근에는 수출대상인 신흥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현지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전략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완성차 수출보다 해외 현지 생산과 판매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대표적 기업이 지리자동차다. 2014년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200억위안의 자금을 지원받고 브라질·이란과 인도에 공장을 설립했다. 지리자동차는 남미 우루과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이집트, 유럽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동남아시아 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 가동 중이다.

해외에 12개의 생산 공장을 보유한 창안자동차도 최근 이란 러시아 브라질에 7개의 생산 공장을 추가 설립하고 2020년까지 해외시장 판매량을 40만 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안자동차는 2012년까지만 해도 판매량이 연간 20만 대에 불과했지만 적극적인 해외 생산 공장 건립으로 지난해 총 306만3000대를 판매했다. 판매량 기준 중국 7위 자동차 기업(2012년)에서 4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은 곧 수출량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6만850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0만8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해외시장 공략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난립해 있는 100여 곳의 지역별 중소형 자동차 기업 중 경쟁력이 낮은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수출을 위한 해외 직접 진출 사례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기술력은 이미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중국이 완성차 시장을 개방할 때 원칙으로 내세운 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의 ‘50 대 50’ 합작회사 설립이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중국 내 토종 자동차 기업과 합작 자동차 기업의 승용차 판매 비율은 2015년 41% 대 59%에서 작년 43% 대 57%로 변화했다. 토종기업 판매량이 합작기업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독자 생산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인수하며 덩치와 기술력을 키워왔다. 2004년 12월 상하이자동차는 영국 자동차 그룹 MG가 파산하기 전 두 개 차종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했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차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 브랜드를 구축했다. MG 파산 뒤에는 난징자동차가 MG의 연구개발(R&D) 기술, 제조 설비 및 4개 시리즈 차종의 기술을 인수했다.

2010년에는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했다. 지리자동차는 볼보를 통해 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고급 세단 차량을 생산하게 됐다.

베이징자동차도 2009년 스웨덴 사브 2개 차종의 생산 설비와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가장 큰 취약점이었던 기술 개발 능력 향상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브를 통해 R&D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둥펑자동차가 PSA 푸조·시트로엥의 지분 14%를 11억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자동차가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고루 갖춰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완용 한경비즈니스 기자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