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서 헤어·메이크업까지…비싸도 찍는 '취업사진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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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20만원대 '고가 사진'에 취준생 부담
[ 조아라 기자 ] 취업준비생 윤지수 씨(가명·25)는 최근 기업 입사지원서용 증명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꽤 걸렸다. 먼저 스타일리스트에게 간단한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고, 촬영 후에는 사진작가와 함께 사진 원본을 보면서 포토샵으로 후보정 작업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11일 취준생들과 대학가 사진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취업용 증명사진 패키지'가 대중화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 붙일 사진도 일종의 스펙이란 인식 때문이다. 취업난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경 쓰는 추세라고 했다.
물론 패키지로 구성된 만큼 추가 비용이 든다. 윤 씨가 방문한 사진관의 일반 증명사진 가격은 3만 원. 헤어, 메이크업 등이 추가되면서 5만 원을 더 냈다. 그는 "이런저런 자격증에 면접용 정장, 이력서용 사진까지 괜찮은 걸로 준비하려니 비용부터 부담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윤 씨는 얼마 전 찍은 증명사진을 이미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패키지 사진을 다시 찍었다. 서류 합격률이라도 높아질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사진관의 취업용 증명사진 패키지를 이용하면 좀 더 기업이 선호하는 인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취준생 사이에서는 인기다.
업종별 분위기에 어울리는 표정과 배경 색상 등을 추천하거나, 이에 맞춰 사진 수정도 해준다. 예를 들어 은행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에게는 밝고 환한 인상을 주는 파란색 계열 배경색을, 공기업 등 보수적 기업의 경우 차분한 톤의 무채색을 추천하는 식이다.
윤 씨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이런 취업용 사진을 찍는다"고 전했다. 대충 찍었다가 성의 없다는 인상을 줄까봐 걱정하는 취준생들이 많았다.
이날 돌아온 서울 신촌과 홍익대 인근 등의 취업용 사진 촬영비는 대략 5만 원 선이었다. 기업 이미지에 알맞은 깔끔한 메이크업이나 헤어 손질 비용을 추가하면 8만~10만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특히 지원자 외모와 이미지가 중요한 승무원이나 아나운서용 사진은 증명사진과 함께 전신·반신 사진 등을 추가하는데 총 비용이 2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아나운서 지망생 박모 씨(24)는 "프로필 사진 한 장 찍는 데 수십만 원이 든다. 대학생이나 취준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털어놨다.
고액의 취업용 증명사진에 투자하는 것은 여성 지원자뿐만이 아니었다. 남성 지원자들도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려고 화장하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은 뒤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7만 원짜리 증명사진을 찍었다는 남성 지원자는 "취업 성공에는 남녀가 없다. 정성스럽게 찍었다"고 귀띔했다.
해외에서는 입사지원서나 이력서에 사진란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10년간 유학 생활을 한 구직자는 "인종차별 우려 등을 이유로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왜 한국은 지원자 외모를 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구직자 신체조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이력서상의 사진란을 없애는 추세지만, 삼성·현대차·LG·SK 등 주요 대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대부분 기업들이 사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상반기 입사 지원 경험이 있는 구직자 168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해 제출했다"는 응답자가 91.9%에 육박했다. 이 중 '외모로 인한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는 응답도 29.6%에 달했다.
아직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는 "솔직히 사진을 보고 지원자의 전반적 분위기를 파악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신경 써서 찍은 사진은 눈에 보인다. 성의가 느껴지는 만큼 평가요소에 전혀 반영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1일 취준생들과 대학가 사진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취업용 증명사진 패키지'가 대중화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 붙일 사진도 일종의 스펙이란 인식 때문이다. 취업난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경 쓰는 추세라고 했다.
물론 패키지로 구성된 만큼 추가 비용이 든다. 윤 씨가 방문한 사진관의 일반 증명사진 가격은 3만 원. 헤어, 메이크업 등이 추가되면서 5만 원을 더 냈다. 그는 "이런저런 자격증에 면접용 정장, 이력서용 사진까지 괜찮은 걸로 준비하려니 비용부터 부담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윤 씨는 얼마 전 찍은 증명사진을 이미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패키지 사진을 다시 찍었다. 서류 합격률이라도 높아질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사진관의 취업용 증명사진 패키지를 이용하면 좀 더 기업이 선호하는 인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취준생 사이에서는 인기다.
업종별 분위기에 어울리는 표정과 배경 색상 등을 추천하거나, 이에 맞춰 사진 수정도 해준다. 예를 들어 은행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에게는 밝고 환한 인상을 주는 파란색 계열 배경색을, 공기업 등 보수적 기업의 경우 차분한 톤의 무채색을 추천하는 식이다.
윤 씨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이런 취업용 사진을 찍는다"고 전했다. 대충 찍었다가 성의 없다는 인상을 줄까봐 걱정하는 취준생들이 많았다.
이날 돌아온 서울 신촌과 홍익대 인근 등의 취업용 사진 촬영비는 대략 5만 원 선이었다. 기업 이미지에 알맞은 깔끔한 메이크업이나 헤어 손질 비용을 추가하면 8만~10만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특히 지원자 외모와 이미지가 중요한 승무원이나 아나운서용 사진은 증명사진과 함께 전신·반신 사진 등을 추가하는데 총 비용이 2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아나운서 지망생 박모 씨(24)는 "프로필 사진 한 장 찍는 데 수십만 원이 든다. 대학생이나 취준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털어놨다.
고액의 취업용 증명사진에 투자하는 것은 여성 지원자뿐만이 아니었다. 남성 지원자들도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려고 화장하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은 뒤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7만 원짜리 증명사진을 찍었다는 남성 지원자는 "취업 성공에는 남녀가 없다. 정성스럽게 찍었다"고 귀띔했다.
해외에서는 입사지원서나 이력서에 사진란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10년간 유학 생활을 한 구직자는 "인종차별 우려 등을 이유로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왜 한국은 지원자 외모를 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구직자 신체조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이력서상의 사진란을 없애는 추세지만, 삼성·현대차·LG·SK 등 주요 대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대부분 기업들이 사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상반기 입사 지원 경험이 있는 구직자 168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해 제출했다"는 응답자가 91.9%에 육박했다. 이 중 '외모로 인한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는 응답도 29.6%에 달했다.
아직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는 "솔직히 사진을 보고 지원자의 전반적 분위기를 파악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신경 써서 찍은 사진은 눈에 보인다. 성의가 느껴지는 만큼 평가요소에 전혀 반영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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