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에도 영향 미친 일본 메이지유신
카레·비프스튜 등 철저하게 일본화
나가사키선 일본·중국·유럽요리 한 접시에
철판 위 소 내장 지글지글…
요즘 일본서 가장 핫한 요리
반세기 전 재일동포가 원조
일본인이 버리다시피 한 소·돼지 내장
재일동포 요리로 만든 게 '호루몬야키'
일본화됐어도 한국인 입맛에 제격


도교 긴자에 가면 기무라야라는 오래된 빵집이 있다. 단팥빵 전문이다. 벚꽃이 지는 요즘은 벚꽃을 넣은 단팥빵이 잘 팔리는 시기이겠다. 원래 빵은 일본인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정부 세력은 국민에게 서양식 음식을 권장했다. 서양인처럼 먹어야 힘도 세지고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빵과 고기가 핵심이었다. 고기를 별로 먹지 않던 일본인의 섭취량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일본은 지금도 양식을 하나의 일본화된 음식의 형식으로 인정한다. 우리가 보통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음식을 양식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의 양식이란 곧 ‘일본화된 정형 양식’을 말한다. 오해가 없도록 하자.
돈가스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도래(到來) 음식이다. 동시에 완전히 일본화됐다.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게 미리 저며 나오고 국물도 된장국이다. 500엔대의 저렴한 것부터 2000엔대(2만원)의 고급 돈가스까지 있다. 한국에서는 저급육 취급받는 등심과 안심으로 만든다. 잘 튀긴 집은 그야말로 기름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담백하다. 100년 노포(老鋪)가 있을 정도다.
나가사키에 가면 도루코라이스라는 희한한 음식이 있다. 접시 하나에 볶음밥, 스파게티, 돈가스, 덴푸라 같은 걸 다 담아서 낸다. 원래 나가사키는 와카란(和華蘭: 일본과 중국 네덜란드라는 뜻으로 3개국의 문화가 교잡돼 있다는 의미)의 도시다. 그래서 국적 불명의 음식이 뒤섞여 있는데 이게 은근히 맛있다.
비프스튜 같은 양식도 흔히 볼 수 있다. 고급호텔에서 정통 프렌치 요리를 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양식집을 물려받기 위해 퇴사하는 경우도 봤다. 물론 일본에서는 그다지 별난 일도 아니다. 양식의 전통과 인기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아는 유럽식 양식은 뭐라고 구별할까. 프랑스요리는 프렌치, 이탈리아는 이탈리안으로 부르면서 나눈다. 아무래도 역사가 양식보다 짧다.
일본의 우상인 영국의 카레가 현지화된 일본 카레


외식 아이템으로 인기 높은 ‘호루몬야키
’일본에서 요즘 가장 핫한 외식 아이템은? 바로 호루몬야키다. 원래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와 규슈의 재일동포에 의해 시작된 이 요리는 거의 일본화됐다. 상당수 일본인은 아예 일본 음식인 줄 알 정도다. 김치를 꼭 파는데도 말이다. 호루몬이란 소의 내장을 의미하기도 하고, 버려진 것(호루모노)이라는 말이라고도 한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뒤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 남은 재일동포 수가 1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은 국적도 모호한 상태에서(45년 해방 후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대한민국 수립 등으로 대혼란을 겪었다) 먹고살아야 했다.

호루몬야키집에 가면 한국인이 좋아할 메뉴가 많다. 일단 안창살이다. 하라미라고 부르는데, 일본은 안창살도 내장 쪽에 붙은 살이라고 해 싸게 취급한다(한국에서는 등심보다 비싼 게 안창살이다). 그 다음으로는 갈비(일본 발음으로는 가루비)다. 갈빗살도 일본은 한국처럼 비싸게 취급하지 않는다. 안창살과 갈빗살 모두 1인분(100~120g)에 700엔 정도. 수입육이라고 해도 엄청 싸다. 갈빗살도 여러 부위가 있는데 맛 차이도 있다. 그냥 갈비, 상(上)갈비 등으로 나뉜다. 그 밖에 내장도 좋다. 호루몬은 원래 내장을 의미한다. 특히 대창과 양이 일품이다. 한국에서는 비싼 부위지만 여기선 아주 싸게 먹을 수 있다(100g 정도에 700~800엔).
보통 이런 요리를 한국에서 일본식 불고기집이라고 하는데, 한국식의 얇게 저민 간장 양념이 아니라 불에 구워 먹는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간장 양념은 보통 고기에 가볍게 발라 굽는 정도. 김치도 있는데 달고 발효시키지 않은 특이한 맛이다.
품질 좋은 다양한 지역 맥주도 인기 높아

도리아에즈 비루! 라는 말이 있다. 맥주 상표가 아니라 ‘맥주 먼저’라는 뜻이다. 일본인은 식사나 술자리에서 맥주를 먼저 한잔 하고 시작할 정도로 익숙하다. 당연히 양조기술도 좋다. 지역 맥주도 다양해서 ‘지비루’라고 부른다. 혹시 작은 도시에 가면 지비루가 있는지 물어볼 것. 청주는 짧은 지면에 다 쓸 수 없지만 등급별로 지역별로 다채로운 청주를 맛볼 수 있다. 보통 니혼슈라고 부른다. 다이긴조, 준마이다이긴조 같이 쌀을 많이 깎아내고 숙성한 술은 풍요로운 맛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