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적극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이며,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던 신규사업은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 사업 전문개발사 브릿징그룹코리아의 컨설팅 사업부 이성우 이사가 중국 사드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밝혔다. 이 이사는 지난 10년간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입을 위한 바이어 발굴 및 컨설팅 전문가로 일해 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을 몰라서 진출에 실패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중국진출을 위한 방법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중사업전문컨설턴트로서 지금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드로 인해 대중무역에 있어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다. 한국 무역의 특징을 살펴보면 수출의 26%, 수입의 16%가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듯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매우 높은 반면 내수시장 기반이 약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이번 여파는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분명히 기회는 있다고 본다. 현 상황에 대해 다른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도 중국진출 기회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선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계, 설비 등의 자본재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중간재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당장의 대체가 어려운 특징이 있어 경제재제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비재의 경우 대체가 용이하고 중국 소비자나 기업들이 받는 피해도 덜해 경제적 쇼크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통관 지연, 일방적인 계약 파기의 유형이 많이 나타나 국내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국 내 현지화 전략과 파트너쉽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현지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여러 가지 경제재제의 충격을 완화시키며 시장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과 파트너쉽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줄 수 있는지?
국내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34개 구역 (23개의 성(城),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 2개 특별행정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역은 각기 다른 시장 환경의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지역마다 각기 다른 소비성향, 경쟁구도, 정책 동향을 보이는 개별 시장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한국에서 하던 사업운영 방식을 그대로 중국에 적용하려다 보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진출에 앞서 먼저 자사의 역량과 차별성, 진출해야할 지역, 해당 지역에 경쟁자 또는 잠재적 파트너는 누구인지 등에 대한 심층적인 시장조사와 전략수립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지화와 파트너십을 통한 중국진출사례를 말해줄 수 있는지?
작년에 컨설팅을 수행했던 ㈜이스온과 ㈜두산에코비즈넷이라는 국내기업의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이스온은 승강형 CCTV 폴을 만드는 기업이다. ㈜두산에코비즈넷은 미생물 배양기와 종균, 배지를 하나의 시스템 개발한 기업이다. 두 기업은 공통적으로 중국 내 각 기업이 진출해야 할 거점지역 마련과 진출 전략 수립 및 현지 파트너 발굴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차이점으로는 ㈜이스온 제품의 경우 중국 현지에 관련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있었으나, ㈜두산에코비즈넷의 경우 아직 중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이 되지 않은 분야였다. 따라서 각 회사가 진출해야하는 거점 지역과 전략 등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두 기업의 전략이나 실행과정이 달랐는지 설명해달라.
우선 ㈜이스온의 승강형 아웃도어 폴은 CCTV, 신호등, 조명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한 특성을 가졌다. 자연히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제조업체들도 많아 고객사의 제품 경쟁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다. 고객사 제품을 분석한 결과 ‘안정성’, ‘디자인’, ‘기술적 혁신성’ 측면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현지 시장구조 및 고객 니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고속도로, 군사용, 항구 부두’ 부문에서 많은 수요가 있다는 점과 주로 정부 조달방식을 통해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장수성 양주시에서 고속도로용, 군사용 CCTV 정부조달사업 부문을 주도하는 파트너기업을 발굴하였고, ㈜이스온은 이 사업을 시작으로 지금은 동남아,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세계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두산에코비즈넷의 경우 어떠한 전략을 수립했는가?
㈜두산에코비즈넷의 경우에는 현재 시점에서는 미생물 배양시스템을 적용할 분야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중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시장을 바라봐야 했다. 따라서 유통마케팅을 협업할 파트너를 찾는 것 보다는 중국 현지에서 함께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필요했다. 분석 결과 기업형 농장 등 농축산업 분야 고객들에게 ‘필요시에 바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유익한 미생물 첨가제’라는 새롭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이에 따라 ㈜두산에코비즈넷의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여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중국 R&D 파트너를 우선적으로 찾는 방식으로, R&D제조와 유통마케팅을 각각 구분하여 파트너기업을 찾을 수 있었고, 현재 중국 파트너기업들과의 합작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입하려는 국내기업들이 참고할만한 점은 무엇인지?
두 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 시 한국에서 하던 사업운영 방식을 고수 하지 않았다는 점과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중국 시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대입하여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사의 차별적인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후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현지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중국 현지 파트너기업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국내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만으로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차례 중국 현지에서의 업무 수행이 진행되었고 거점지역에 대한 조사와 파트너기업에 대한 역량 및 신뢰성에 대한 검증작업이 병행이 되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리한 외부 환경에도 불구하고 ‘진성 파트너 발굴’, ‘합작법인 설립’, ‘투자유치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올바른 중국 현지화전략 수립과 명확한 니즈에 맞는 파트너를 찾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진출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역량과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중국 현지 시장에 대한 시장조사와 진출전략수립 없이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실패 확률이 높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시장정보와 지인들의 이야기에 회사전략과 운명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굉장히 다양한 세분 시장이 공존하고, 정부정책과 시장의 논리, 수요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체계적인 시장조사와 전략적 방향성 수립 없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크다.
진출해야하는 시장과 파트너에 대한 정확한 검증 없이 진출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훤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 코트라 또는 각 지자체 산하기관들이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있으니 반드시 활용하기 바란다. 이러한 지원사업에는 전문 컨설팅기업들이 자문기관으로 등록되어 있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의 경우 현지 기반 시장조사, 체계적인 전략수립, 파트너 검증 작업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컨설팅 업체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중국진출에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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